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 사실상 사업 철수
택시업계 반대에도 여론은 혁신 서비스 찬성
전문가 “새로운 프리미엄 서비스 등장할 것”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카카오(공동대표 여민수, 조수용)가 택시업계 반대에 밀려 카풀 서비스 시장에서 철수한다. 갈등 해결 후 사업 재추진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가 ‘정권타도’까지 외치는 등 극단적인 대립 구도를 유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카풀 대신 합법적인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가 혁신 모빌리티 모델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대표 정주환)을 통해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택시 업계와의 협력과 사회적 합의를 우선으로 하며 갈등 해소가 불가능한 결우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7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한달여만에 카풀 시장에서 철수한다. 정식 서비스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지 불과 한달만이다.
서비스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발이다.
법적 가이드라인 확보 후 카풀 서비스 운행을 요구하던 택시업계는 지난해 12월 10일, 카풀 반대 택시기사 분신 사태 이후 결사반대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20일에는 국회 앞에서 10만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와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여당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야당이 카풀 도입 반대를 선언하는 등 정치적 대립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 1월 10일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두 번째 분신 사태까지 발생,하자 카카오는 추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한 카풀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를 완전히 접는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택시업계 계속 반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계속 남아있다면 사업 철회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고 카풀 서비스 찬성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한 국토교통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은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결정이 아닌 국토교통부와 짜고 부정적인 여론을 악용한 카카오가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역풍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며 “카풀 도입이 완전히 무산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은 무산됐지만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기존 택시 운수 범위를 확대해 여성전용택시나, 펫택시, 대절택시 등 택시운송가맹사업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소규모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택시업계와 반발을 피하고 법적 논란도 없는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게 카풀 서비스를 원한 가장 큰 이유다. 카풀을 막는다고 해서 택시 서비스가 살아남는 건 아니다”며 “합법적이고 택시 사업자가 참여하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니즈에 맞춰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통적인 택시 사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 등장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