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광고물 ‘홍수’...서울시 한해 4100만건 정비
학부모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민망”
유흥업소 밀집지역 골치...“과태료 부과·수거보상제 시행”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민망해 죽겠다.”
슬하에 초등생 아들 둘, 한 살배기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윤수정(40)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설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길거리 사방팔방이 온통 성인광고 일색인 탓이다.
윤씨가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는 주거지역과 유흥업소 밀집구역이 맞붙어있다. 때문에 집을 조금만 나서도 단란주점, 노래방, 나이트클럽을 홍보하는 광고전단지가 길거리에 즐비하다. 대부분 여성 모델이 속옷, 수영복 등 반라의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 큰 어른이 봐도 민망할 정도다.
윤씨는 “아들이 이런 걸 보고 성인동영상을 찾아볼까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건물 벽에 불법성인광고물이 게재돼있다. [사진=박진범 기자] |
해마다 불법 성인광고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매년 숫자가 늘고 있는데다가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인광고물은 다양한 형태로 거리를 메운다. 건물 벽이나 전봇대 등에 붙는 벽보형 전단지 형태가 있는가 하면 현수막형, 입간판형, 풍선막대형처럼 길 한복판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길바닥에 뿌리는 살포형도 골칫거리다.
이런 광고물은 모두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구청의 검인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서 배포된 광고물만 합법이다. 여기서 음란·성인광고물은 제외다. 대부업, 퇴폐업소 광고 역시 법에 저촉된다.
가장 불편을 겪는 사람은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다. 학부모들은 자칫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칠까봐 불안해한다. 여섯 살 아이를 둔 박서정(36)씨는 “애를 데리고 다니는 길가에도 성인광고가 있어 민망하기 짝이 없다”며 “공무원들은 이런 모습을 그냥 놔두는 건지 모른 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매년 불법광고물을 정비하고 있지만 근절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일단 숫자가 엄청나다. 11일 시에 따르면 2017년 시 불법광고물 정비건수는 무려 4100만 건이다. 2015년 1990만 건, 2016년 2440만 건과 비교해 배로 늘었다.
특히 수거보상제 사업이 2016년 처음 시행되면서 적발 건수가 크게 늘었다. 수거보상제는 시민이 직접 불법벽보, 명함전단지를 수거해 양식에 맞춰 가져올 경우 지자체가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보상금액은 1장당 크기에 따라 1000~2000원이며 1인당 월 300만원의 상한을 두고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서 도시 미관이 조금이나마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거리에 얼마나 많은 성인 및 불법광고물이 범람하는지 알게돼 경각심을 일으켰다.
불법광고물에 대한 단속 및 처벌권한은 각 자치구에 있다. 구청은 단속반을 꾸려 점검 및 정비에 나선다. 단속 방법은 먼저 단속반이 현장 사진을 찍고 불법광고물을 제거한다. 이후 광고물에 기재된 전화번호 등을 통해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명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적발부터 처벌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과태료는 구 별로, 광고물의 크기·면적별로 다르다. 관악구의 경우 △입간판 10~129만원 △현수막 10~79만원 △벽보 장당 2만5000~5만원 △전단지 1만8000~5만원 등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이 현장에서 불법광고물을 붙이거나 살포하는 자는 잡을 수 없다. 살포자는 경범죄에 해당돼 경찰 소관이다.
더욱이 유흥업소가 많은 강남과 홍대, 신림, 건대 등은 실태가 심각해 관할자치구가 골머리를 앓는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흥가 일대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며 “신림사거리는 워낙 유흥업소가 집중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거보상제를 적극 시행해 불법성인광고물 근절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단속 및 과태료 부과 등 모든 관리권한이 자치구에 있지만 시도 합동점검을 통해 불법옥외광고물 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수거보상제 외에도 새로운 사업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