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이사회 겸임 타진에 은행 이사회·노조 '공개반발'
11일 최종 후보자 결정...추가 연기되면 1월 선임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9개월간 공석 상태인 DGB대구은행 은행장 선임 절차가 오늘(11일) 다시 논의한다. 문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겸임 의지를 내비치자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노조가 반발하는 거다.
김태오 회장 [사진=DGB금융그룹]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임추위는 지난 9일 긴급회동을 갖고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임 반대와 은행 출신의 은행장 선임 요청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앞서 조해녕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서균석 임추위 위원장에게 '지주 회장의 한시적인 은행장 겸임' 의사를 전해온 것에 대한 대응이다. 은행장 후보 선정을 연기한 배경으로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움직임이 지목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8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은행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11일로 연기했다. 자추위는 최근 3년 이내 은행에서 퇴임하거나 현직 지주·은행 임원 20여명을 대상으로 자질과 역량을 검증해 심의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미룬 것.
당초 최종 2명으로 압축된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대행과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 중 한 명을 고르기 어려워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행은 채용비리 의혹을 해소했지만, 박인규 전 회장의 임금 지급 문제와 엮여있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됐다. 노 전 부사장도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 의혹 관련해 검찰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금융당국의 별도 제재가 남아 있는 점이 고려됐다.
여기에 김 회장이 행장 겸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며 은행 이사회와 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은행 내 구성원의 의견과 지역 여론을 고려하면 겸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4월 11일 DGB금융은 지주와 은행 합동 이사회에서 지주와 은행 분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김태오 회장과 지주 이사회가 합의를 파기하고 겸직을 위한 수순이 아닌지 의구심을 표한다"며 "그 저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직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사에 의해 헛다리 짚기와 리스크 유발을 일삼고 있다”며 "지역민과 지역 상공인 등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능력 있고 신망받는 후보자를 기일 내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주 이사 전원 사퇴 요구 등을 포함해 은행 구성원의 뜻을 전달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DGB금융지주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지주 관계자는 "자추위가 11일에는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음 자추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태오 회장도 1월 안에 선출하자고 한 부분이 있으니 잘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11월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DGB금융지주 자추위 추천과 은행 임추위 최종검증을 거쳐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