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특검 수사 관심 없어..트럼프, 유야무야 넘기길 원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유권자 대다수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격한 대응은 자제하며 관련 논란을 '유야무야' 넘기기 만을 바라고 있다는 설명이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새 소식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 평범한 미국 국민들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구형을 위해 수사 기록을 제출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기록은) 완전히 대통령의 혐의를 벗기고 있다. 고맙다!"고 짤막하게 트윗한 것 등을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지난 10일에는 이보다 더 긴 분량의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두 명의 여성을 '입막음'하기 위해 코언이 지불한 돈은 선거자금법 위반이 아니며, 해당 금전 지급은 "단순한 사적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WP는 "2가지 트윗 모두 현실을 왜곡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믿거나 무관심하기를 바라는 데 초점을 둔 트럼프의 대표적인 방어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뮬러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냉소적 반응의 몸짓을 일컫는 '어깨 으쓱하기(shrugged shoulders)' 전략을 쓰고 있다는 WP의 이전 기사를 언급했다. 공화당 유권자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대로 믿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이런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 유권자가 거론한 중요 사안 중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특검 수사는 가장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등록 유권자의 50% 미만 만이 러시아 개입 여부 수사가 자신들에게 '극히 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정당 지지자 별로 보면 공화당의 경우 19%만이 이같이 답했고, 민주당은 약 3분의 2를 기록했다.
'코언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인정에 대해 얼마나 많이 들어봤느냐'고 물은 지난 8월 WP와 ABC뉴스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아주 약간' 들어봤거나, '거의 또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물은 다른 설문에서는 주목할 만한 반응이 나왔다. 지난 9월 CNN방송의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찬반 비율은 각각 47%, 48%로 집계됐으며, 같은 달 폭스뉴스의 설문에서는 42%, 47%로 나왔다.
탄핵 반대 비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찬성 비율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때 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WP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3년 '워터게이트' 수사 특검을 해임하자 닉슨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 미국인의 비율은 31%였다고 부연했다.
WP는 현재 국민들의 뉴스 소비 방식은 1970년대 초와 매우 다르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느낌은 닉슨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감정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추가적인 증거가 공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이를 알아채지 않기만을 바라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WP는 경고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