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고영한·박병대 구속영장 기각
"공모관계 의문…구속 필요성 인정 어렵다" 판단
양승태 향하던 검찰 수사 차질 '불가피'…소환시기 늦춰질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아온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의 구속이 결국 불발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일 고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검찰이 이들 두 전직 대법관에 각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전직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전날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고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다"며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배경을 밝혔다.
같은 날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탓에 이번 사건을 업무적 상하관계에 따른 조직적 범죄로 규정짓고 윗선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구속을 디딤돌 삼아 조만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려던 검찰 계획이 다소 틀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달 소환 조사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보인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추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또 전·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면서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12월 중순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소환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 “두 전직 대법관을 연결고리로 양 전 대법원장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1차적으로 법원에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반드시 보강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법원의 이번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 시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고영한 전 차장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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