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러시아가 자국이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과 승조원을 나포한 것과 관련해 서방 국가들이 제기한 비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나포 행위에 대응해 자국의 27개 지역 중 10곳에 28일 계엄령을 내릴 준비를 하는 가운데 러시아 관리들은 이에 대해 정치적 자극을 받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서방 국가의 비판과 추가 제재 위협을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5일 러시아는 흑해와 아조프해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으로 진입하려는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3척과 승조원들을 사격 등 무력을 동원해 나포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 군함이 각국의 해안 안보 보장을 규정한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 러시아 영해로 불법적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해군 함정이 케르치 해협으로 진입하려 했을 때 안전상의 이유로 잠시 해협 통과를 막고 잠시 기다려달라는 주의를 했으나,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무리하게 항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해군은 합법적으로 러시아 측에 미리 알린 뒤 항해했지만 무력 공격에 당했다고 비판했다.
케르치 해협은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다. 우크라이나의 계엄령 적용 지역에는 아조프 해도 포함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03년 협정을 맺고 케르치해협을 공동 영해로 규정했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사실상 이 해협은 러시아가 통제해왔다.
페트로 포르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에 계엄령 기간 30일 동안 러시아의 자국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따라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양측이 충돌 양상을 보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자제력 발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서방국가들이 양측에 긴장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도 이 사태에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러시아는 나포뒤 구금한 24명 승조원 가운데 3명에 대해 2개월 구속을 결정했다. 12명에 대해서도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날 함정에 우크라이나보안국(SBU) 요원이 탑승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들이 케르치 해협에서 '자극'을 일으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들이 평상시 진행하는 해군 관련 대(對)방첩 활동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WP는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와의 새 '화약고'로 떠오른 가운데 러시아가 서방의 비판을 견딜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고 포르셴코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 사태로 인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무장 독립 항쟁이 이뤄지는 등 양측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외교 정책 분석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브는 이번 사태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얼마나 많은 무력을 처벌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서 서방의) 제재 의지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등 서방의 반응을 테스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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