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 산케이신문 단독 인터뷰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산케이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의 위협으로 대만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주민투표를 실시해 대만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5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전날 대만 가오슝(高雄)시에서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2008년 퇴임한 그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으나, 2015년 지병치료 목적으로 가석방됐다.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건 약 10년만의 일이다.
천 전 총통은 최근 대만과 수교를 맺었던 국가들이 연이어 중국으로 돌아서며 대만과 단교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존재감을 말살하려는 것이 중국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대만을 병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언제 무력행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이 견지하고 있는 '현상유지' 자세에 대해 천 전 총통은 "방어적인 자세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천 전 총통은 "우리(대만)는 무력이 아닌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대항해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추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대만 주민의 뜻을 숫자로 드러내, 국제사회에 내보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선 "미국에 접근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미국에 있어서 대만은 '대중(對中)카드'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각도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과도한 기대를 걸어선 안된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대만의 관계에 대해 천 전 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역대 자민당 정부 중에서도 가장 대만에 우호적"이라면서 "오히려 차이잉원 정부가 소극적이며 일본의 선의에 적극적으로 응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후임이었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에 대해선 "중국에 무조건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식 가속화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마 전 총통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2015년 회담에 대해선 "마 전 총통 개인의 퍼포먼스"라며 "대만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지난 2015년 마잉주 당시 총통은 싱가포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바 있다. 국공 내전으로 본토와 대만이 분리된지 66년만의 양안 정상회담으로, 이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천 전 총통이 소속된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 독립론을 지지하고 있어, 마잉주 당시 총통의 양안 정상회담에 거세게 반발했다. 현 총통인 차이잉원 총통도 민진당 소속이다.
한편, 천 전 총통은 뇌물수수 등 자신의 부정부패에 대해선 "불합리한 이유로 투옥당해 대단히 힘들지만 대만의 민주화를 위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십자가"라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