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15년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른바 ‘출구전략’을 취한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이 급속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양적완화(QE)에서 양적긴축(QT)의 시대로 접어든 데 따른 충격이 부지불식간에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위기 상황에 소방수를 자쳐했던 정책자들이 매파로 옷을 갈아 입은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990년대 ‘그린스펀 풋’을 시작으로 ‘헬리콥터 벤’과 ‘옐런 룰’로 이어졌던 바주카 시대가 막을 내린 데 따른 결과물에 투자자들은 불안하다는 표정이다.
24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규모를 총합, 정량화 한 지표가 40에 근접했다.
최근 추세로 상승할 경우 지표는 조만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파괴적인 금융시스템 위기가 불거졌던 10년 전 지표는 50에 근접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양적완화(QE)에 나섰던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은 시장을 긴장시킬 만큼 크게 위축됐다.
네드뱅크에 따르면 미국의 M2(광의의 통화) 대비 30개 주요국의 통화 공급(달러화 전환 물량 기준)을 근거로 볼 때 시중에 풀린 달러화 자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15%에 달했던 지표가 크게 꺾인 셈이다. 또 미국 연준이 1~2차 QE를 단행했을 당시 유동성 공급이 18%를 웃돌았던 상황을 감안할 때 올들어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 이외에 연초 이후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5% 가량 상승한 데 따른 파장과 중국의 신용 공급 둔화, 보호주의 정책이 맞물려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시킨 관세 전면전으로 국제 교역시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일간 4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래가 주요국들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달러화 유동성 공급의 위축은 금융시스템과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초 이후 두드러진 추세가 지속, 자금시장 여건이 더욱 팍팍해질 경우 신흥국이 위기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위 QE 시대 이머징마켓의 고수익률 자산에 밀려들었던 자금이 방향을 전환, 자본 배분의 기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벼랑 끝으로 몰린 가운데 RBC 캐피탈 마켓은 인도네시아와 인도, 말레이시아가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커다란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필리핀과 남아공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긴축 사이클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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