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에 자금 댄 사람들 있어…트럼프, 맞서 싸워달라"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 "터무니 없어", 美 관리 "상황 주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드론(소형무인기)를 동원한 암살 시도는 실패했으며 암살 기도 배후에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공격에 자금을 댄 사람의 일부가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살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테러단체와 싸울 것을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드론 폭발 사고로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군 행사 연설이 끝난 수시간 뒤 텔레비전에 나타나 이같이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다며 "초기 조사는 보고타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플로리다에 이 공격에 자금을 댄 사람들이(financiers)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러한 테러 단체와 싸울 것을 촉구했다. 플로리다에는 많은 베네수엘라 망명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몇몇 가해자가 붙잡혔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것은 암살 시도였고, 그들은 나를 암살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가 인용한 한 콜롬비아 정부 소식통은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며 이날 산토스 대통령은 손녀의 세례식을 축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산토스 대통령은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해외 정부를 타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강변했다. 미국 국무부 한 고위 관리는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보도들을 들었다"며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정보부 장관에 따르면 이날 앞서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경제에 관해 연설하던 중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들이 행사 근처에서 폭발했다. AFP 통신은 폭발물을 실은 여러 대의 드론이 마두로 대통령 근처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가방위군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 근처에서 가족을 방문했던 한 베네수엘라 여성은 두 번의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폭발 당시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고위 관리들이 놀란 듯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 중계 방송 화면에 담겼고, 이후 이들은 무사히 대피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장관은 "정확히 오후 5시 41분에 몇 차례의 폭발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방송이 중단되기 전 군인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셜 미디어에는 검은 방탄 패널로 마두로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게재됐다.
'내셔널 무브먼트 오브 솔져스 인 티셔츠(National Movement of Soldiers in T-shirts)'라고 불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여러 게시글에서 이 단체는 두 대의 드론을 날릴 계획이었으나 저격수가 이를 격추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그들이 연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오늘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베네수엘라에 저항하는 단체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난 2014년 설립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단체는 로이터통신의 추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그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을 통해 6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반대파는 선거를 부인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대규모 부정 혐의를 제기했다.
현재까지 5년째 베네수엘라에선 심각한 경제 위기가 지속하면서 영양 실조와 초 인플레이션, 대규모 이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자 한때 번영하던 사회주의 경제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경제 붕괴를 겪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이 사회주의를 파괴하고 베네수엘라 석유를 빼앗으려는 '제국주의적' 음모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반대파는 마두로 대통령이 한때 부유했던 국가를 파괴하고 반대 세력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작년에는 헬기를 탈취한 한 육군 장교가 대법원 상공에서 대법원 사무실 방향으로 사격을 한 뒤 폭격을 시도했다. 이름이 오스카 페레즈인 이 장교는 결국 베네수엘라 군에 추격을 당하다 사망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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