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으킨 무역전쟁의 여파가 드디어 미국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과 반도체 분야에까지 미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에도 관세 적용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8월 30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는 IT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필수적인 모뎀과 라우터가 포함돼 있다.
S&P 산하 리서치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1년 간 미국이 수입한 약 230억달러(약 26조360억원) 규모의 IT 네트워크 장비 중 중국산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중국 밖에서 대체 공급업체를 찾던가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미 시장조사업체 GBH인사이트는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이 적은 규모의 일시적 비용 증가라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관세장벽으로 인해 공급체인이 와해돼 제품 출시에 차질이 생기고 지연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회원사로 둔 정보기술산업위원회는 “뚜렷한 목적 없이 관세장벽을 쌓겠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일자리와 투자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비자와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한 갈등 고조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30억달러(약 3조3960억원) 규모의 반도체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인텔 등 반도체기업들은 중국 수출 시 관세 공격의 희생자가 될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은 거의 완제품인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해 조립, 테스트를 거쳐 단위 완성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완성품이 미국에 다시 들어올 때 높은 관세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인텔과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는 사실 미국 기업들이 만들어 중국 공급체인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국제적 신용평가사 피치는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공급체인이 전 세계에 걸쳐 있어 관세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반도체는 아직 중국의 관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도 보복조치로 기술 부문을 겨냥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트럼프의 이민과 환경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으나 무역 갈등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들을 노린다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CNN은 예상했다.
중국의 지식재산 도용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기업들을 위해 중국의 문호를 개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는 실리콘밸리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관세전쟁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관세전쟁의 여파가 직접 실리콘밸리에까지 미치면 이들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나설 수도 있다고 CNN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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