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의 법인자금 위탁운용, 즉 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대형기관의 위탁운용이 자금 규모에 비해 실제 수익에는 도움이 안돼 금융투자업계로선 '양날의 검'이란 지적도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한국투자증권, KB자산운용 등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이 내년에 있을 고용노동부 기금 운용 수주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심기필 NH투자증권 상무는 “향후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OCIO 선정에 역량을 쏟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NH투자증권> |
우선 고용노동부의 운용자금은 증권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기금 10조원과 운용사가 참여하는 산재보험기금 16조원 등 총 26조원 수준이다. 현재 운용기관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며 내년 6월말 계약이 끝난다. 전담운용기관은 4년마다 재선정한다.
최근 NH투자증권은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기관으로 선정됐다. 운용규모는 약 18~19조원 수준. 총 자금은 42조원에서 연기금투자풀 자금 등 약 5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운용사와 나눠 맡게 된다.
NH투자증권이 주택기금 운용을 통해 얻는 수수료는 3bp~4bp 수준이다. 즉 20조원을 운영했을 때 보수로 60억~80억원 정도를 받는 식이다. 물론 자사 상품 판매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은 가능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들 정책자금 운용으로 자사의 위상을 다소 높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국내외 신인도 제고와 함께 해외 투자자금 유치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때문에 NH투자증권은 이번 국토부 주택도시기금 운용을 맡으면서 CEO 직속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를 만들어 산하에 자산배분, 운용, 성과평가, 위험관리 담당 등 4개 부서를 뒀다.
문제는 OCIO 재선정이 되지 않았을 경우 별도 조직운영은 반대로 리스크 요인도 될 수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연기금운용본부는 최근까지 국토부 주택도시기금 자금을 운용해왔다. 주택도시기금운용부에 9명, 주택도시기금위험관리부에 5명을 배치해 총 14명이 주택도시기금을 전담해왔지만 이번에 NH투자증권으로 운용 전담 기관이 바뀌면서 이들 조직은 제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외에 운용자금 대비 운용보수가 크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펀드를 판매했을 때 선취 기준 수수료는 0.6~0.9%로 기금운용 수수료(0.03~0.04%)와는 차이가 현저하게 벌어져 있다. 또 운용사가 직접 판매해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경우 수수료가 0.1%. 이 또한 기금 운용수수료와 격차가 크다.
여기에 자사 상품을 기금 운용에 활용하는 경우 포트폴리오 비율 구성도 고민거리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맞물려 상품이 좋아도 무한정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수 없는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실 단편적으로 보면 연기금 자금 운용이 회사 수익에 도움이 크게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증권사 및 운용사들이 앞다퉈 자금 운용을 맡으려는 것은 위상 제고를 통해 다른 연기금 또는 해외 자금 유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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