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영동대로 일대엔 1만 5천여명 군중 운집
치킨 호객행위 잇따라... 가격 보통 1만원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이 열리는 18일. 서울 강남 영동대로 일대엔 '붉은 악마'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경찰 추산 약 1만 5000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두 손 맞잡은 커플, 딸아이를 품에 안은 아빠 모두 빨간 옷을 입고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밤 9시라는 '황금시간대'에 경기가 열리는 것도 한몫했다.
시민들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이 실망스러웠던 만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이날 거리에 모인 붉은 악마의 표정엔 걱정과 불안을 찾을 수 없었다. 4년 만에 찾아온 축제에 들뜬 표정이었다. 지난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은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경기 죽전에서 친구들과 찾은 김기현(26)씨는 "솔직히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신태용호의 지난 경기를 보며 실망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승패가 중요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한 골이라도 넣어서 열광하는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친구들 4명과 함께 온 송다은(29)씨는 축구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는 경기가 새벽 시간대에 열려서 응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축구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보는 편이라 잘 모르지만 실제 거리의 현장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나왔다. 우리가 이길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2018.06.18 leehs@newspim.com |
대표팀의 경기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가족들과 함께 있던 임모(45)씨는 "솔직히 말해서 걱정 투성이다. 지난 멕시코와 독일 경기를 보니까 더욱 가망이 없어 보이더라"라면서 "그래도 아들과 부인이 계속 나오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응원해야죠. 어쩌겠어요. 우리나라인데"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상인들도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거리엔 열띤 응원 열기만큼이나 치킨 업체들의 판매 경쟁도 뜨거웠다. 배달 시간은 오후 8시 기준 약 2시간이었다. 삼성역 일대 대부분 호프집은 경기 한 시간 전부터 만석이었다.
길거리로 나온 판매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팔에 치킨을 한가득 걸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치킨 가격은 일반적으로 한 마리에 만원이었다. 길거리임에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 다소 더운 날씨 탓에 그들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지만, 힘든 내색은 없었다.
치킨 판매자 A씨는 "아무래도 시간대가 밤 9시니까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난 월드컵 때는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좀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가족이 거리응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8.06.18 leehs@newspim.com |
경기 시작이 임박하면서 현장엔 경찰 병력도 속속 투입됐다. 경찰은 이날 정오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코엑스 사거리에서 삼성역 사거리 방향 600m 구간 7개 차로를 통제한다. 반대 차로는 응원전 진행 상황에 따라 통행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경찰은 열띤 응원 분위기 속에서 행해지는 범죄를 주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리 응원 범죄는 월드컵마다 있었던 일이니 성추행 같은 범죄는 이번에도 발생할 확률이 있다"며 "더 신경 써서 현장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밤 서울 곳곳에서 열릴 거리 응원에는 약 4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추산 결과 광화문 광장에는 약 2만5000명, 서울광장에는 약 5000명 규모의 응원전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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