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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서 악연으로]②‘안전이별’ 위협 데이트폭력, 왜 괴물이 되었나?

기사입력 : 2018년06월05일 06:43

최종수정 : 2018년06월08일 10:10

데이트폭력 가해자, 가부장제·가정폭력·경제적 요인 등 경험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 3월 21일 부산에 사는 여대생 A(19)씨는 이별을 요구했단 이유로 남자친구 B(19)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튿날 A씨는 자신의 SNS에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과 멍 든 얼굴 사진을 공개했고 여론은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들끓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화가 나면 때리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

B씨 아버지가 한 방송에서 한 말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지만 가해자 부모들은 “피해자가 우리 아들을 분노하게 만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트폭력을 정당화하던 가해자 부모의 푸념은 ‘남성(가부장제)’과 ‘아버지(가정환경)’에 뿌리를 둔 데이트폭력의 발생 원인을 한 눈에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여성 지배(?)하는 ‘남자다운 남자’

데이트 폭력의 밑바탕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역할 모델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애와 사랑을 할 때 남성은 적극적·공격적이고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사회학자들은 데이트폭력을 가부장적 의식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사회적·제도적 맥락에서 권력이 있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통제력을 가져 왔기 때문이다.

또 한국 사회가 견인해온 남성성은 늘 주도하는 위치에 있거나 다른 것들을 통제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남성성을 확증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들은 일방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서도 상남자, B형 남자 등을 부각하며 이런 남성다움을 이상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시대가 변하며 여성들은 이것이 문제이고 폭력인걸 아는데 남성들의 인식 수준은 제자리에 있다”며 “성별간의 인지적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그 아버지에 그 아들...가정 환경이 좌우

성장기 가정환경이 성인기 데이트폭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폭력이라는 행동도 일반 행동과 마찬가지로 관찰하고 모방하며 학습될 수 있는 탓이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요인’ 연구보고서에서 어린 시절 부모 간 폭력을 많이 목격하며 자란 성인이 폭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소아과학저널(Journal of Pediatrics)’에도 어릴 때 부모에게 학대를 경험했다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체벌 경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평균 29% 높았다.

제프 템플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어린이는 사회적 규범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부모에게서 배운다”며 “갈등을 푸는 방법을 체벌로 배운다면 나중에 애인과의 관계에서도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개인차 있지만 ‘사회적 요인’ 고려해야

범죄심리학자들은 데이트폭력과 이별 범죄 가해자들의 심리를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이별 요구’를 자신의 존재감 부정으로 여기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이 폭력이라는 분석이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저서 '대한민국에서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스노우폭스북스)에서 “특히 힘이 약한 상대방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남성일수록 이런 증상이 강하다”며 “이들은 자기애적 인격장애와 자기중심성이 강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트 폭력을 반드시 개인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데이트 폭력이 급격히 문제가 된 것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 때문이다.

배 교수는 “직장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자들이 한 번 하기도 힘든 연애를 잡기 위해 관계에 집착하고 구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친절한 사람도 얼마든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심리적 문제나 사회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감당하려다 연애 상대에게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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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실패...검은 연기 [뉴욕 런던=뉴스핌]김근철· 장일현 특파원=새 교황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에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예배당의 지붕 굴뚝에서 7일(현지시간) 밤 교황 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색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ckim100@newspim.com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단의 3분의 2 이상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투표 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고, 아니면 검은 연기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첫날 회의에 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계속 머물면서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규정에 따라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시작한다. 콘클라베 방식의 교황 선출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가 정립했다.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차기 교황을 뽑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19세기 후반부터 콘클라베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모든 추기경이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이다.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가 있는 제단 앞에서 비밀 투표를 반복한다. kckim100@newspim.com 2025-05-0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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