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질공원 인증 앞둔 소청·대청·백령도
국내 첫 생명체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 보존
한반도 탄생의 비밀 '나이테 바위·서풍받이'
[백령도=뉴스핌] 임은석 기자 =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시 옹진군 소청·대청·백령도는 8~10억년 전 생성된 지질퇴적층이 그대로 보존 된 곳이다. 국내 최초 생명체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 해안사구, 각종 암석 등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수재 선임연구위원은 "3개 섬을 둘러보는 것은 마치 지질 박물관을 견학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인천시는 오는 7월 중 이들 3개 섬 일대의 지질명소 10곳에 대해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인증 후보지는 소청도 분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대청도 농여해변 나이테바위·미아해변·서풍받이·해안사구·검은낭, 백령도 용트림바위·진촌리 현무암·콩돌해안·사곶해변·두문진 등 10곳이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백령·대청 지질공원'을 찾았다.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모습 [사진=뉴스핌 DB] |
◆ 10억년 전 생명체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 보존된 소청도
첫날 소청도에 내려 차를 타고 10여 분 이동하니 새 하얀 바위들을 볼 수 있었다. 동행한 이수재 박사는 여자가 하얗게 분칠을 한 것 처럼 보여 소청도 주민들이 분바위라고 부르는 대리석으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암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대리석 채석장이었지만,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반출이 금지된 상태다. 인위적으로 바위를 깬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 생명체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됐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10억 년 전 국내에서 발견된 생명체 남조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됐다. 남조류는 지구에서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원시 미생물이다. 소청도에는 지구 생성 초기에 바다에서 번성한 남조류가 대규모로 나타나 있다.
20억 년 전 생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북한에서 발견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처음이다.
이수재 연구위원은 "남조류들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 진흙과 모래 틈을 비집고 나온 것"이라며 "모양이 조개껍데기가 분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분바위 아래에는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 대상인 잘피 군락지, 홍합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있다.
◆ '한반도 탄생' 비밀 풀 '나이테 바위' 우뚝 솟은 대청도
대청도로 이동해 처음 찾은 곳은 한국의 '사하라 사막'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옥중동 해안사구였다. 이 해안사구는 바닷가의 모래가 강한 바람으로 날려와 모래 언덕이 형성됐다.
대청도 옥중동 해안사구 [사진=뉴스핌 DB]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모래 사막을 체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바람에 따라 모래의 방향이 바뀌면서 경관이 수시로 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안까지 들어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소나무 방풍림을 만들면서 과거와 같은 경관 변화는 없어진 상태다.
이 위원은 "이곳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현재도 사구 형성이 지속되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모래 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방풍림을 막아 현재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8억 년 이상 모래가 쌓이면서 웅장한 수직절벽으로 조성된 '서풍받이'다. 서풍받이는 고도가 약 100m에 이른다. 이곳은 바람이 강해 나무 등이 암석 표면에 잘 자라지 못해 암석이 그대로 노출돼 특이한 경관을 자랑한다.
대청도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농여 해변으로 이곳에는 고목의 나이테를 길게 늘여 놓은 것 같은 '나이테 바위'가 우뚝 솓아 있다. 지층이 가로가 아닌 위아래로 쌓여 있는 세로모양인 데다 다양한 색이 층층이 교차하고 있어 지각 변화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청도 농여해변 나이테 바위 [사진=뉴스핌 DB] |
그는 "지구의 나이가 쌓이는 긴 세월 동안 바위에 다양한 색이 교차해 새겨지고 있어 지각 변화의 힘을 느끼는 것은 물론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지층구조"라고 말했다.
미아해변과 검은낭은 뱃 시간 문제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령도로 이동했다.
◆ '두무진·진촌리 현무암' 등 다양한 지질명소 보유한 백령도
백령도는 3개 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지질명소들도 많다. 가장 먼저 감림암 포획 현무암을 보기 위해 진촌리로 향했다. 감림암 포획 현무암은 지구 심부에 있던 뜨거운 맨틀 물질이 올라와 지표에서 식은 돌로 이 현무암에는 짙은 녹색의 감림암이 섞여있다.
이 위원은 "지하 약 50㎞에 있었던 감림암은 용암이 지상으로 상승하면서 주변의 지각에서 뜯겨져 나온 것"이라며 "10억 년 전·후 지질사 규명을 가능하게 할 국내 유일한 지질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서 방문한 두무진은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경관 답게 웅장함을 자랑했다. 이곳에서는 10억 년 전 퇴적된 사암층이 단단한 규암으로 변한 환경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사암층이 지하에서 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규암으로 변했지만 물결무늬·사층리 등 기존 퇴적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백령도 두무진 [사진=뉴스핌 DB] |
콩돌 해안은 두무진과 같은 규암이 잘게 부스러져서 이뤄진 해안으로 코발트빛 바다에 둥근 콩 모양의 돌이 더해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팸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전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인 사곶해변에 들렀다. 다른 한 곳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이다. 사곶해변은 단단하고 치밀한 모래로 이뤄져 자동차로 달려도 바퀴 자국 하나 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레미콘 차량이 해변을 달렸지만 바닥이 크게 패이지 않아 놀라기도 했다.
이수재 연구위원은 "백령·대청 지질공원은 관광자원으로서는 물론이고 지질할 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넘어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다고 더욱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