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등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골자
거세지는 후폭풍…노동계 총 파업 예고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노사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회는 28일 오후 5월 임시국회 및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매달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넘어서는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예를 들어 기본급이 150만원이고, 상여금 50만원과 숙식·교통비 4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있을 경우 최저임금(157만원)의 25%(39만2500원)를 넘는 상여금 10만7500원이 최저임금으로 산입된다. 또 최저임금의 7%(10만9900원)를 초과하는 만큼의 교통·숙식비(29만100원)도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선 임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킴으로써 인건비 부담이 다소 줄어든 반면,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이 늘어난 대신 전체 임금 일부가 축소되면서 임금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됐다.
◆ 민주·한국노총 총 파업 예고…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 선언도
하지만 이번 국회 결정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졸속 통과시켰다며 집단 행동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개악법안 국회통과 저지' 총파업 투쟁을 벌이며, 최저임금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더민주당이 최저임금법 개악을 강행할 경우 사회적 대회기구 불참에 이어 노정관계 파탄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삭감과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최저임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총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2018.05.28 yooksa@newspim.com |
한국노총 역시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가로막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제도가 무력화된 마당에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며 "한국노총 출신 최저임금위원 전원은 최저임금위원에서 사퇴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여당의 후속조치 여부에 따라 일자리위원회 등 각종 노정 교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 전반에 대한 불참으로 그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 방침을 선언하면서 지난 1월 어렵게 복원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정부와 사측의 단순 의견조율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 노사 양측 모두 불만스런 결과…노사간 골 깊어질 가능성 높아
더욱이 이번 국회의 결정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노사간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상여금과 각종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경영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긴 했지만, 당초 경영계의 주장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상여금 25%와 복리후생비 일부만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아직도 노동계의 편에서서 경영계의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역시 이번 결과에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약속하며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이제 와서 산입범위 확대 등 포석을 깔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무조건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해 놓고 전제조건을 다는 행위는노동계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최저임금 개정안의 조속한 폐기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근로자에게 격월 및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하루 아침에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으로 돌릴경우 노사간 갈등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편안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여금 지급방식은 노사간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데, 노조가 없는 90% 가량의 사업장은 사측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대대수 사업장이 사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받고 있다"면서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상여금을 월별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으로 돌릴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