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성공 개최위해 조율
25일 이후 북과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밝혀
[워싱턴=뉴스핌]김근철 특파원=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트럼프 대통령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2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낮 20여분간의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75분간의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총 95분간의 정상회담 시간 대부분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강경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 등을 통해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며 북미회담에 대한 미국의 회의론을 잠재우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에 앞선 모두발언과 즉석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 있는 싱가포르 북미회담 개최에 한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불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옆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과 '99.9%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던 청와대로선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바라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이날 오전 백악관 영빈관에서 접견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각안보좌관을 상대로 "최근 보여준 북한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적극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단독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옆에 두고도 취재진들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그러나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공법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과거 북미 회담이 수차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한미 정상을 상대로 비핵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란 점에 비중을 뒀다. 이런 기회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놓쳐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배석자를 물린 단독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그동안의 접촉 과정에서 확인한 의지와 북미회담을 앞둔 체제 보장에 대한 불안감 등을 여과없이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미수교와 남북미의 종전선언,25일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 등을 언급한 것도 이와무관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물론 미국과 북한의 수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이밖에 한미 정상회담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3국의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를 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도중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 것도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난 25일 이후 북한이 다시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란 판단을 백악관에 입력시키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북미정상회담 개최 불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은 없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서는 서로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는 것에 유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해석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밖에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물론 북한의 의구심도 줄이기 위한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날 오후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해 공관원 후손들과 환담하고 전시실 등 공사관 시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번 방미 일정을 마쳤다.
문 대통령의 설득과 바람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풀고 다시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될 지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한미연합군사 훈련 이후 정세 변화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