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3년만 증가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전화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이 지난해 급증세로 돌아섰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건수는 2만4259건으로, 2016년보다 42.4%(7219건)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14년 2만2205건을 기록한 뒤, 2015년 1만8549건, 2016년 1만7040건으로 매년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피해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피해 건수가 큰 폭으로 뛰면서 피해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피해 액수는 2470억 원으로, 2016년 1468억 원 대비 68.3%(1002억 원) 증가했다.
연도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자료 : 경찰청> |
지난해 하루 평균 67건의 보이스피싱이 경찰에 접수됐으며, 6억 70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도 1만1196건으로 집계됐으며, 피해액도 118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 건수(7172건)와 규모(719억 원)를 훌쩍 넘어섰다.
가장 많이 발생한 보이스피싱 유형은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며 선입금액을 가로채는 ‘대출사기형’(9066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의 81%를 차지했다.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속여 돈을 뺏는 ‘기관사칭형’이 19%(2130건)로 뒤를 이었다.
2018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1월~4월) <자료 : 경찰청> |
피해 금액은 대출사기형이 781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66%를 차지했다. 기관사칭형은 34%로 403억이었다.
사칭 대상은 캐피탈이 33.3%로 가장 높았고, 시중은행이 28.2%, 저축은행이 21%, 특수은행 9%, 대부업체 3%로 그 뒤를 이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는 이유로 범죄수법의 진화, 경각심 둔화, 인식과 현실의 차이 등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범죄자들은 금감원 직원 등 신분을 속여 전화로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돈을 뜯어가는 ‘대면 편취 수법’이 보이스피싱이 2016년 403건에서 지난해 1931건으로 500% 가까이 급증했으며, 올해 4월까지도 887건이나 발생했다.
경찰청이 지난 3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피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 여성이라고 답한 사람이 54%였다. 하지만 실제 피해 연령층은 40·50대 남성(31%)과 20·30대 여성(23.6%)이 많았으며, 60대 이상 여성은 3.8%에 불과했다.
또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한 사람은 90%나 됐으며, '스스로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65%에 달했다.
경찰은 범죄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경각심이 둔화하고 있는 점을 보이스피싱의 주요 증가 요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명심 ▲관심 ▲의심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누구나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경찰청이나 금감원 등에서 제공하는 범죄 수법이나 예방방법 등에 관심을 두는 한편, 경찰·검찰·금감원, 금융기관이라며 금전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는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과 금감원이 공동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에 방문하면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 주요 범죄 수법, 예방방법, 피해구제 절차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justi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