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5일 핵시설 폐기 강행 시 안전성 문제도 급부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이 풍계리 핵시설의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쏟아지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구체적인 쟁점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최근 행보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전면적이고 재건 불가능한 비핵화인지 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뜨거운 상황.
10년 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기를 폐기했다가 불과 몇 개월 뒤 이를 재가동했던 사실을 외신들은 강조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사진=38 노스] |
미국의 싱크탱크와 석학들은 북한의 핵 폐기 움직임과 관련, 5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관건은 영구적이고, 재건 불가능한 폐기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플래닛 랩스의 위성 이미지에서 풍계리 핵시설 주변 건물과 구조물이 파괴됐고, 탄광 철도가 일부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9월 핵실험으로 인해 지하 설비가 붕괴됐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북한 전문 연구기관인 38노스는 이 역시 10년 전 냉각기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재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핵확산방지프로그램 담당 이사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험장 지하 갱도의 수평적인 구조를 감안할 때 입구를 봉쇄하거나 폐기하더라도 추후에 어렵지 않게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파괴된 지하 갱도의 재건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위성 이미지의 포착을 교묘하게 피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풍계리 이외 다른 핵 실험장이 존재할 가능성이다.
중국 국경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 풍계리 핵 시설은 궁극적으로 무제한적인 실험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이를 폭파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지만 문제는 이 밖에도 핵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언급할 때 ‘북부 실험장’이라고 지칭한 데서 이 같은 관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북한의 핵 실험이 반드시 지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 여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하 핵시설이 아닌 다른 형태로 실험이 강행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9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태평양에서 역대급 수소 폭탄 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밖에 풍계리 핵시설을 폐기한 뒤 새로운 실험장을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건축 인력 투입 규모에 따라 북한이 불과 3~6개월 사이에 새로운 시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북한의 핵 실험이 소형 핵탄두에 집중될 경우 거대하고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일부 국가의 기자들을 초청했을 뿐 핵 폐기 현장을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만큼 영구적인 폐기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을 뒤로 하고 오는 23~25일 북한의 계획대로 일부 국가의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핵시설 폐기를 강행할 경우 안전성 문제가 부상할 전망이다.
이날 로이터는 시설을 폭파시킬 경우 방사선 물질과 유해 파편들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지난 주 핵시설 폐기 결정을 발표한 뒤 전문가들 사이에 안전성에 중점을 둔 몇 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시설을 폭파시키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나 모래와 같은 소재로 갱도를 막아 폐쇄하는 방안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이 경우 설비 재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 과정에 방사선 물질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