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발로 차 하혈 등 상습폭력, 방화미수...수차례 입건
경찰 영장 신청했지만 법원 "동거녀 처벌 불원" 영장 기각
'가정폭력 둔감증' 참극 불러..."적극적 사법권 행사 절실"
[서울=뉴스핌] 김범준 박진숙 윤용민 기자 = 상습적인 폭력과 방화미수 등으로 여러 차례 신고된 남성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지만 동거녀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후, 결국 여성이 흉기로 무참히 살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례처럼 경찰의 개입에도 결국 참사를 막지 못한 데는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당국의 '안이하고 둔감한' 대처에 일부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원룸에서 30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유모(39)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4일 새벽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다툼을 벌이다가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인의 신고로 붙잡힌 유씨에 대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6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지난해 7월부터 상습적으로 동거녀의 등을 흉기로 찌르고 배를 발로 차 하혈시키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해 수차례 입건됐으며 지난 3월에는 방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월 말 유씨의 이런 상습적인 폭력과 방화 미수 등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유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영장기각 40여 일만에 동거녀는 무참하게 살해됐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여러 혐의가 명백한데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법부가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영장을 발부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가정폭력은 보복 두려움 등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사법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적인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도 신고를 받은 경찰의 잦은 출동, 피해 여성이 폭행을 당하다 쫓겨난 모습 등을 여러 번 목격했지만 속수무책이었고 현실적으로 개입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주에 유씨 사건을 추가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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