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김양 1심 형량 유지...박양은 무기징역서 감형
2심 “박양, 살인 공모·지시 인정 어려워...방조죄 인정”
김양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유가족 접근금지
[서울=뉴스핌] 김규희ㆍ고홍주 기자 =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항소심에서 주범 김양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기소된 박양에게는 살인 방조죄가 인정, 1심보다 7년 줄어든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살인 범행에 대한 공모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공모는 2인 이상의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범행이 실행될 수 있을 만큼 구체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박양이 김양과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범행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보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양이 박양에게 시신의 어떤 신체부위를 갖고 싶냐고 물었고 폐와 손가락 정도라고 답변을 들은 적 있으나 이는 김양이 실제 살인충동을 가정적 문구로 표현하면서 박의 대답을 궁금해한 것”이라며 “박양이 주도적, 적극적으로 살인범행을 지시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양에게 김양의 살인 행위에 대한 방조 혐의는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양은 ‘옷 예쁘게 입었나’, ‘저 중 한 명이 죽겠네’, ‘불쌍해라’ 등 실시간으로 문자를 보내 김양이 범행 대상을 용이하게 선정하도록 하고 결의를 강화하거나 돕는 행위를 했다”면서 “박양은 김양이 실제로 살인행위를 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방조범으로 기소하지 않았으나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소사실보다 가벼운 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박 양을 살인 방조죄 유죄로 인정했다.
아울러 사체 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조에 불과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등 사정을 종합해 재범 위험성이 없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양에 대해서는 “범행 당시 사물변별이나 의사결정이 미약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형량이 과중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형량과 동일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및 보호관찰, 유가족 접근 금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양은 피해자를 유인해 살인의 대상으로 삼아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했다”면서 “범행 내용, 태도, 연량, 성향, 수단과 방법,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판단해보면 1심 판단이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양은 지난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경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초등학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양은 김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같은 날 오후 6시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김양으로부터 살해된 초등학생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 등으로 나란히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양에 대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박양에 대해서는 "범행 당시까지 주범과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유지했다"며 공모관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양 측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으며 박양의 영향으로 범행에 이르렀다”며 계획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양 측도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로 생각했다”며 “설사 공모했더라도 구체적인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1심 때 주장을 이어갔다.
검찰은 지난 20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양은 실행범이고 박양은 실질적 주범이자 지시범”이라며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20년,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해달라 구형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