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법 시행 전 선제적 도입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과 합격자를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방안이 담긴 법안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모습이다.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CI=각 사> |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최근 채용비리 연루 임직원과 합격자를 면직시키거나 합격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0일 인사규정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는 지난달 시작해 6월 초 합격자 발표를 앞둔 2018년 상반기 공개채용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채용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임직원을 직권면직시킬 수 있는 내용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해직 조치에는 의원해직, 정년해직, 당연해직, 징계면직만 있었으나 여기에 직권면직이 추가됐다. 징계위원회의 징계 절차를 거쳐 시행하는 징계면직과 달리 직권면직은 해당 사유에 따라 바로 면직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올 초 내놓은 공공기관 채용제도 개선방안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채용비리 때문에 불합격된 피해자 구제 부분도 채용 운영안에 반영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6일 임직원 행동강령에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임원과 인사담당 직원이 은행에 자신의 가족이 채용되도록 지시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가족 외에도 임직원에게 채용 청탁을 금지했다. 행동강령을 위반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동발령이나 면직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면직에 이를 수 있다"며 "부정한 행위로 인한 채용 취소 조치는 법적인 부분을 검토한 후 추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DB산업은행은 아직 내규 개정 등의 변화가 없다. 이미 채용 지원자들에게 비위 행위가 있을 경우 채용이 취소될 수 있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고 청탁 금지를 징계세칙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산업은행은 채용비리 관련 내용을 구체화해 내규에 반영하고자 면직 등 징계 수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채용비리 관련 규정을 마련한 것은 올 9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방안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개정 공운법에는 인사운영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등급과 성과급을 수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무기관이 채용비리 실태를 들여다보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만큼 공공기관들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기재부에서는 채용비리 임직원을 업무 배제시키거나 퇴출시킬 수 있는 원칙, 부정합격자에 대한 채용취소 근거를 명문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공운법이 큰 틀에서 채용비리에 대한 법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가운데 내규 반영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각 기관에 자율적으로 맡겨둔 상황이다.
이 같은 채용비리 퇴출 규정은 시중 은행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기재부의 제도개선안을 컨설팅했던 한국능률협회가 은행권의 채용 모범규준 태스크포스(TF)에도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TF에 소속된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환경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채용절차나 규칙이 내규에 명문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내규가 없어 채용비리에 대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