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도 올 가을부터 ‘BEPS(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 방지 다자협약에 따라 국가 간 세무정보 공유를 시작한다. 세무정보 공유란 다국적 기업이 계열사들 간 국제 거래 시 거래가격(이전가격)에 관한 상세정보를 보고하면, 각 국의 세무 당국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각 국 세무 당국의 세무 정보 교환으로 신흥국 등이 상대적으로 다국적 기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서, 보다 공격적인 과세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무 정보 공유의 목적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의외의 형태로 세무 강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국가 간 세무 정보 공유를 앞두고 신흥국 등으로부터 과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일본 국세청> |
◆ 인도 등 신흥국 보다 공격적 과세에 나설 수도
약 70개국에 880개 이상의 자회사를 갖고 있는 히타치(日立)제작소는 각 계열사들의 매출액과 납세액, 계열사 간 거래 내용 등의 정보를 취합해 일본 국세청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었다. 지난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나 조세 절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이전가격의 문서화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6년 세제 개정을 통해 이를 일본법에 반영했다. 연결매출액 1000억엔(약 1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은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결산부터 그룹 구성이나 각 국별 납세 상황, 이전가격 산정 근거 등을 정리한 세 종류의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문서화된 기업의 이전가격 정보는 각 국 당국이 교환해 이전가격 과세에 활용한다. 현재 50개국 이상이 정보 교환에 합의했으며, 일본은 2018년 9월부터 정보 교환을 시작한다. 국가 간 상이한 조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조세 회피나 조세절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KPMG의 츠노다 노부히로(角田伸広) 세무사는 “신흥국 등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문서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어 각 국의 세무 당국에 대한 대응이나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국 세무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기업들이 이전가격을 정상 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적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다. 특히 인도 등의 신흥국이나 중국의 과세 정책은 매우 엄격해 추징 과세를 당할 위험이 높다.
츠노다 세무사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은 이러한 사정을 숙지하고 있어 미리 각 국 자회사의 이익률을 조정하거나 이익률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 기업은 여기까지 손이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과세를 이어질 수 있는 정보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딜로이트 토마스의 야마가와 히로키(山川博樹) 세무사는 “각 국 간에 세무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손에 쥐게 되는 신흥국 등이 보다 공격적인 과세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