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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1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다시보는 그날의 심판

기사입력 : 2018년03월09일 07:00

최종수정 : 2018년03월09일 08:57

헌재, 작년 3월10일 탄핵 인용‥"朴, 대의민주제·법치주의 위배"
흥분한 박 대통령 지지자들, 폭력 시위‥사망사고까지 발생
이정미 소장대행 '헤어롤'도 화제..박근혜 올림머리와 대비

[뉴스핌=이보람 기자]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2분.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선언했다. 가냘픈 듯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그 순간 엄숙하던 법정에는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온지 3개월 만이었다.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소장 대행은 "피청구인(박근혜)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같은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파면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 대행은 이어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헌재는 특히 ▲인치주의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배 ▲대통령으로서 권한 남용 ▲생명권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언론의 자유 침해 등 5가지 탄핵소추사유 유형 가운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부분을 탄핵 인용의 핵심 사유로 인정했다.

헌재는 "최서원(최순실)은 정호성을 통해 비밀 문건을 보고 피청구인에게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했다"며 "최서원이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이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에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지인 회사 KD코퍼레이션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현대자동차에 외압을 넣고 최씨가 사실상 운영하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 수주를 KT에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역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직접 관여했다고 봤다. 특히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자금 출연 요구는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해석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성실 직책수행 의무'는 헌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재판관들의 의견이 모였다. 다만, 현재 소장을 맡고 있는 이진성 당시 재판관과 김이수 재판관은 추가 의견을 내고 "참사 당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탄핵이 결정된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헌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북촌로 일대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로 쳐들어가겠다며 인근에 긴급 투입된 경찰 수백여명과 대치했다.

일부 흥분한 지지자들은 경찰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헌재로 들어가는 길목을 차단하고자 세워 둔 경찰 버스를 흔들고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 버스를 흔들면서 차 위에 설치된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시위 참석자를 덮친 것이다.

또 "이게 다 언론 때문"이라며 카메라를 들고 있던 취재진들을 폭행한 지지자도 있었다.

지지자 중 한 명이 헌재 인근 3호선 지하철 안국역 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는 등 고령의 지지자들 일부는 탈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이날 선고를 앞두고 '헤어롤'을 한 채 출근한 이정미 소장대행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당시 8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중요한 선고를 앞둔 만큼 평소 출근시간인 오전 9시보다 한 시간 이른 8시께 모두 출근을 마쳤다. 

이 가운데 차에서 내리던 이 대행의 머리에 꽂힌 분홍색 헤어롤이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이 대행이 차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관련 자료를 검토하느라 머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때 올림머리를 하고 뒤늦게 나타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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