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컬처톡] 비현실적이라 아름답고, 현실적이라 슬픈…연극 '블라인드'

기사입력 : 2018년01월03일 15:00

최종수정 : 2018년01월03일 15:00

[뉴스핌=황수정 기자] 한 편의 아름다운 잔혹동화를 펼쳐놓은 듯하다. 미묘한 떨림과 씁쓸한 엔딩,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연극 '블라인드'가 공연 중이다.

연극 '블라인드'(연출 오세혁)는 동명의 네덜란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첫 정식 라이센스 작품. 원작은 국내 미개봉작이지만 제3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높은 평점을 받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작품은 시각을 잃고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린 청년 '루벤'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자 '마리'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진정한 교감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에 아들이 상처로 가득한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 엄마 '여인'을 통해 극에 갈등과 긴장감을 더한다. '루벤' 역은 박은석, 이재균, '마리' 역은 정운선, 김정민, '여인' 역은 김정영, 이영숙이 맡았다.

루벤과 마리는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은 자신을 돕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에게 난폭하게 굴며 모두를 떠나보낸다. 마리는 얼굴과 몸에 흉측한 상처가 가득하지만 목소리만은 예쁘다. 그는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고용됐다. 무엇보다 마리는 루벤의 난폭함을 단숨에 제압한다.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소리지르는 것은 기본에, 물건을 던져 부수기도 하고, 몸싸움까지 행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루벤과 마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마리가 루벤을 시각 장애인이라고 다르게 대하지 않은 점은 루벤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줬고, 그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리를 안심시켜 줬으니까. 한없이 떨어지던 자존감이, 서로를 통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러나 루벤이 눈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서 오히려 위기가 찾아온다. 마리를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하는 루벤과 그에게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싶다는 엄마의 말은 비수가 되어 결국 마리를 떠나게 만든다. 세상과 단절된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다웠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비극을 맞이해 더욱 씁쓸하다.

공연은 루벤이 느끼는 것처럼 시각보다는 청각과 촉각 등 다른 감각을 더욱 강조한다. 미세한 손끝 떨림과 동공의 움직임 등 움직임 지도로 한층 사실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라이브 연주는 그들의 감정을 표출한다. 대사가 많이 없는 정적인 작품임에도 극적인 감동과 몰입도를 전한다.

특히 "난 만져야 볼 수 있어"라는 루벤의 말처럼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감각은 '촉각'이다. 서로를 처음 보게 된(만지는) 순간부터 눈을 가지고 노는 장면, 무엇보다 면도를 하는 장면은 숨소리 하나 낼 수 없을 정도로 관객 모두 그들의 손길에 집중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 대신, 한 번의 움직임이 더욱 많은 감정을 전한다.

다만 너무 어두운 조명에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을 멀리서는 볼 수 없다는 점, 다소 복잡한 동선과 눈을 대신한 자갈의 소리가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또 라이브 연주가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간혹 배우들의 목소리보다 너무 크다는 점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극중 마리가 루벤에게 읽어주는 책인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은 진실한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연극 '블라인드'는 오는 2월 4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나인스토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