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겨냥"vs "통상적인 감독 업무" 논란
하나금융, 결국 회추위 내부규범 변경
[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사 CEO가 본인 연임에까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그간의 시비는 CEO가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가까운 분들로 구성하고 본인 연임에 유리하도록 짜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을 하다 작심한 듯 금융회사 CEO들의 '셀프연임'시도를 질타했다.
이날 발언을 시작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논란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뒤이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검사해본 결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CEO 승계 프로그램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
◆ 셀프연임 타겟된 KB·하나금융?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셀프연임을 잇따라 질타하자 금융권에서는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올해 연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
윤종규 회장은 지난달 말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셀프연임 논란과 함께 노조가 진행한 회장 연임에 대한 찬반투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두차례나 진행됐다.
김정태 회장의 경우 전임이었던 김승유 전 회장과의 마찰이 수면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그리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두 고려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새로운 '관치'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 "해야할 일 했을 뿐"…지배구조 감독은 통상적 업무
이 같은 논란에 금융당국은 연일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금융당국으로서 금융사 지배구조와 CEO 승계 절차에 문제가 있어 이를 감독하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 100일기념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
금감원은 KB에 대해 CEO후보군에 포함됐거나 포함이 유력한 이사 등이 후보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상시지배구조위원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하나금융지주에도 같은 맥락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을 개선하라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KB와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는 검사 일정이 있었던 것이고 그에 따라 한 것이며 특정인을 노린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회자 지배구조를 점검하는 것은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 중 의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 정책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윤석헌 위원장도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산업의 육성을 위해 감독당국이 적절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서 "할일을 제대로 한 데 대해 관치라고 나무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 결국 두손 든 하나금융…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결국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내부규범을 개정키로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
우선 회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기존에 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5명 등 6명이 회추위에 참여하던 규정을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바꿨다. 또 회추위 위원은 본인이 후보로 추천될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명시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당국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수용해 세 번째 연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년 초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공정성·투명성을 일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금융회사에 대한 상시 감시 및 검사 과정에서 지배구조 운영실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