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제3차 혁명', 2018년 원년 기대감
내년 FDA 시판 승인, 100만달러 가격은 부담
[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제약업계가 내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결정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희귀 유전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가 시장에 나오기 위한 마지막 문이 열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로부터 스파크세라퓨틱스(스파크)의 망막 유전질환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 권고를 받은 FDA가 조만간 시판 승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20여 년간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친 유전자 치료제는 제약산업에서 '3차 혁명'으로 불린다. 미세 화학분자를 합성해 만든 합성 의약품이 첫 번째, 살아 있는 효모 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이 두 번째 혁명이었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지금까지의 신약 개발 방식을 뒤바꿀 미래 제약산업의 새로운 축이다. 기존 치료제가 질병을 완화하거나 지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한 번'의 투약으로 유전질환의 근원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유전자 치료는 결함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전자 치료는 정상 유전자를 중성화된 바이러스 안에 넣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 바이러스는 투여되면 벡터(질병의 매개체)처럼 행동해 질병 발생 부분으로 이동한다. 바이러스는 표적 세포에 도달한 뒤 새 유전자를 세포핵으로 전달, 필요 단백질의 생산을 돕는다. 선천성 실명의 주요 원인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에 대한 스파크의 유전자 치료제 '룩스투나(Luxturna)'가 대표적이다.
스파크 치료제의 시판 승인이 이뤄지면 다른 유전자 치료제도 줄지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벡시스의 경우 근육이 손상되는 희귀 불치병인 척수근위축증(SMA)의 마지막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스파크를 비롯해 바이오마진 파마슈티칼, 산가모 테라퓨틱스는 대형 제약업체 화이자와 손잡고 혈장 내 제8 응고인자가 부족해 생기는 병인 '혈우병A'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이 치료제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최소 1년 동안 완치 상태를 유지 중이다. 내년이 유전자 치료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전자 치료제 게놈프로젝트 등의 소산
유전자 치료제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복제(정상)세포 운반기술 개발 노력의 소산이다.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서열을 밝혀낸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자들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알아낼 수 있었다. 또 과학자들은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복제된 유전자를 직접 운반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지난 1998년 한 환자가 임상시험에서 유전자를 운반하는 바이러스(벡터)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여 사망한 전례가 있지만 보완 작업을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대체하는 유전자 치료는 현재 개발 중인 어떤 치료법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면 암과 싸우기 위해 면역계에서 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재조직하는 노바티스의 'CAR T-cell' 세포 치료제,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내 새 유전자를 직접 삽입하는 유전자 편집기술 등이 있다. 특히 유전자 편집기술은 유전자 치료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대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을 상대로 시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굴지의 제약업체들도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소규모 생명공학 회사들이 중심인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대형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꾀하고 있다. 암조차도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치료제들로 맞섰다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이자는 지난해 비상장 회사인 뱀부 테라퓨틱스를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며 유전자 치료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되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까지 스파크는 시판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파크의 룩스투나 가격이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사상 최고가의 치료제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현재 환자가 부담하는 희귀 유전질병 치료제 비용이 최소 연간 40만달러 이상임을 감안하면 큰 액수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스파크 대변인은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승인되면 회사는 환자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