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 칼날에 "마구잡이식 규제" 지적
이미지 추락·매출 하락 우려 커져
올해 등록 취소 프랜차이즈 21% 급증
[뉴스핌=박효주 기자]“가맹점도 모르는 본사의 갑질이 가능한가요.” “공정위 처분에 점주들만 죽어납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를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정 칼날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에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가마로강정(마세다린)은 공정위 판단이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가마로강정이 냅킨이나 쓰레기통 등 브랜드 동일성 유지에 문제가 없는 품목을 가맹점에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5100만원을 부과했다.
가마로강정은 치킨·닭강정 프랜차이즈로 마세다린이 2012년부터 가맹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맹점 수는 165개, 매출액은 약 175억원이다.
가마로강정측은 ‘가맹점에 부자재 구입을 강요하거나 강제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가마로강정측은 “비전용상품 공급에 따른 부당이익 편취와 관련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사 결과”라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철저한 법리적 검토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정보공개서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가맹본사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적발된 품목은 가마로강정이 창업 초기부터 정보공개서에 5년간 매년 등록해왔지만 단 한 차례도 위법성에 대한 언급을 받지 못했다는게 회사 측 주장이다.
가마로강정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법을 세심하게 알 수 없다.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심의하는 기관은 공정위인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어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악의적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고 행정 절차 상 오류일 뿐인데 공정위가 이를 시정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계도가 아닌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과도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주요 사태 일지 |
◆올해 가맹점 신규브랜드 등록 취소 연간 1000건 넘어
가맹점주들 역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가마로강정 가맹점주협의체는 지난 21일 “모든 가맹점을 확인했지만 본사가 (가맹점을)강압한 사례가 없었다”며 “허위사실로 점주들에게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히지 말라”며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공정위의 뒷북 제재로 점주들의 피해가 커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정훈 바르다김선생 상생협의회장(안산 고잔점주)은 “가맹본사의 과오가 이전에 일부 있었지만 점주들이 문제를 제기해 즉각 시정했다. 이미 1년 전에 끝난 일”이라며 “뒤늦은 공정위 발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번져 매출 하락으로도 이어질까 점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김밥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바르다김선생을 운영하는 죠스푸드는 비식자재 품목 구입을 가맹점에 강제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6억4300만원을 부과받았다.
가마로강정 가맹점주들이 모인 한 포탈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정위를 비난하고 본사를 응원하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가마로강정 내포신도시점 가맹점주 A씨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큰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본사와 가맹점이 최선을 다해 대응해 피해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토로했다.
가마로강정 은행사거리점 가맹점주 B씨는 “부자재 강매는 없었다. (이번 조치는)공정위 실적 올리기용”이라고 지적하며 “(본사가) 잘 대처하길 바란다”고 남겼다.
규제기관인 공정위의 살벌한 감시 눈길에 대다수 가맹본사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부 갑질 실태조사’ 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비비큐(BBQ),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고 지난달부터 홈플러스, 바르다김선생, 마세다린(가마로강정) 등 업체를 잇달아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했다.
이에 올 들어 신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프랜차이즈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올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은 브랜드가 급증하기도 했다.
가맹사업 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올 한해(1월~11월) 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07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취소건수(884개)보다 21% 가량 증가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를 사기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신규 브랜드 론칭은 꿈도 못꾸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규모가 큰 사업체들의 경우 대관이나 홍보인력을 늘리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대다수 소규모 업체들은 동향만 살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마로강정 본사인 마세다린은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을 게재했다. <사진=가마로강정 홈페이지 캡처> |
[뉴스핌 Newspim]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