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인 매수 16.3조엔… 4년 최대
"기성 세대 빠지고, 젊은층 들어오고"
[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30년 동안 개인 투자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일본 주식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91년 거품 붕괴 이후 증시에 비관 일색이던 기성세대가 시장을 떠나고 젊은층이 주식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일본 증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1월 일본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 규모는 16조3000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로 1년 전보다는 40% 늘어난 수치다.
◆ 버블 붕괴 후 27년 지난 일본 증시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
이처럼 개인들의 매수 규모가 늘어난 것은 부분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8세의 한 일본 회사원은 "투자가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다"며 지난 10월말 증권사를 통해 1만 엔을 투자해 현재 닌텐도와 소니 그리고 4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증시는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다시피 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17.1%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외국인의 비중은 30.1%로 약 2배 많았다.
그나마 있던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이던 기성 세대가 증시에 비관적인 태도를 유지한 까닭이다. 이들 대부분은 27년전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세대로, 이들 사이에선 주식은 '투자'보다 '투기'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71세의 한 도쿄 시민은 "더 이상 투자 손실로 고통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 보유했던 주식이 매수 가격 위로 회복하자 바로 처분했다고 말했다.
◆ 주식 투자의 세대 교체, 적립식 장기 자산형성 움직임
아직까지 매수 금액에서 매도 금액 뺀 기준으로 봤을 때 개인들은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연초부터 11월까지 개인투자자는 5조1000억엔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수 규모는 119조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는 노년층과 주식을 사기 시작하는 젊은층 간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의 버블이 붕괴한지 27년이 지났다. 보통 25년의 기간을 '1세대'라고 하면 최근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가 26년 최고치를 회복하기까지는 약 1세대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일본거래소그룹의 키요타 아키라 최고경영자(CEO)는 "증시 폭락으로 자산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가 아무는 데는 1세대, 2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1929년 대공황으로 미국 다우지수가 폭락한 뒤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25년이 걸렸다.
신문은 일본 상장기업 순이익이 회계연도 3분기에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라면서, 이것이 일본 주가 상승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기업 실적이 세계 경기에 민감해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현역 세대는 주가의 단기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신탁에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산 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