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장관회의 "구조조정, 조선업 경쟁력 확보하겠다"
[뉴스핌=허정인 기자] 올해 말 종료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실행기한이 연장될지 주목된다. 내년부터 시행될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안정망 확보의 일환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기존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의 틀을 개편하겠다”며 “조선업 전체의 생태계 등을 감안해 내년 초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선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방향’, ‘조선업 현황 및 대응방향’ 등 두 가지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각 부처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산업과 금융을 균형 있게 고려한 구조조정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 합의했다.
특히 조선업에 대해선 수주절벽에 대응해 공공부문 발주를 확대하고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업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관계자들은 조선업의 부실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박 환경규제 강화와 노후선박 교체기 등 내년부터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신흥국의 저가수주 경쟁 등 시장의 공급과잉 구조로 국내 회사의 실적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국내 조선업은 그간 기술력 부문에서 우위를 점했던 고부가 선박(초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쉽 등) 부문에서조차 중국의 저가수주에 밀리고 있다. 산경장이 발표한 ‘조선업 현황 및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 조선3사는 중국 조선사의 저가 수주로 인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실패했다. 또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해양플랜트 부문은 싱가포르의 저가매수에 추격 당하는 중이다.
자본확충펀드 연장을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당초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을 다량 보유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대응책을 마련한 것.
당시엔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된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로 실행 여부는 기업과 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부실화로 인해 초안이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국책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스템리스크를 위협시킬 정도로 (국책)은행 유동성이 저해됐다고 판단될 때 가동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통위원은 “카운터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본래 올해 말 끝내기로 했지만 연장을 결정한다면 설득력 있는 추가 설명이 덧붙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연장 여부는 실무진 선에서 현황 파악 및 타당성 검토 등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결과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