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이트진로·한화·SK 등 정조준
일감몰아주기 탈세 혐의에 국세청도 겨냥
역외탈세 혐의 짙은 기업도 고강도 조사 예고
'부의 대물림'…결국 검찰 조사로 사정후폭풍
[세종=뉴스핌 이규하·이고은 기자] 올해 부영그룹부터 시작한 ‘김상조 호(號)’의 공정당국 칼날이 SK·효성그룹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국세청 등 기업들을 향한 사정(司正)당국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12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불공정행위 근절을 강조한 이후 사정기관들의 칼날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위장계열사 미기재 혐의로 부영그룹을 검찰고발한 공정위의 연말 타깃은 하이트진로, 한화그룹에 이어 SK그룹 등 재계 전반을 겨누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은 부당내부거래가 짙은 기업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는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조사 방해 혐의로 연말 첫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조사와 관련해 법리검토 중인 한화그룹 건도 제재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월 마지막 주인 27일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관계로 올해 마지막 심판정인 셋째 주 수요일에 제재수위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안팎의 시각이다.
한화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짙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계열사 한화S&C는 그룹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2012년 46.5%에서 지난해 70.6%로 급등한 수준을 보이 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하도급거래 상습법 위반사업자 명단에 오른 계열사로 낙인 됐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첫 제재 대상에는 효성그룹을 높게 점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효성그룹의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준 회장 등을 사익 편취 혐의로 검찰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좌), 한승희 국세청장(우) <사진=뉴스핌DB> |
효성의 사익 편취 혐의에 대한 조사는 ‘재벌 저승사자’ 칭호를 받고 있는 공정위의 기업집단국이 맡은 첫 작품인 셈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달 말 효성의 사익 편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효성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법인과 관련 임직원 4명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효성투자개발 법인을 비롯해 조 명예회장·조 회장,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부장급 실무 담당자 등이다.
아직 공정위 사무처의 판단으로 최종 제재안은 사법부의 1심 기능 역할인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가 결론 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의 SK도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과 재벌 전담조직인 기업집단국 신설로 첫 타깃이 효성 오너일가로 겨냥된 모습”이라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도 겨냥하고 있어 연말을 기준으로 내년이 재벌 길들이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부정당 업체에 강한드라이브를 거는 기관은 공정위뿐만 아니다. 공정위에 이어 국세청의 고강도 조사는 사정기관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37명을 선정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이른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와 관련된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폭로한 문건이다.
유출 자료에는 현대상사, 효성 등 상당수 국내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변칙적 자본거래를 통한 상속·증여세 탈세 혐의와 관련한 세무조사에도 본격적인 신호탄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대기업 사주일가 중심으로 검증한 결과를 보면, 위장계열사 운영 및 차명 주식을 통한 탈루 건 수가 총 31건에 달한다. 추징금 규모는 107억원 수준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및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변칙 증여, 경영권 편법 승계 등 ‘세부담 없는 부의 대물림’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변칙 증여 행위 실태를 분석하고 대응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료를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올 겨울에 이어 내년에는 본격적인 정권의 사정후폭풍 퍼즐이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결국 검찰 조사로 이어지는 등 기업의 부조리에 대한 총수일가가 정조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부당내부거래 등 일감 몰아주기 부의 대물림은 결국 상속이라는 부분과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가 선진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보니 반칙을 통한 부의 이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속세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변칙적인 기업들의 꼼수는 또 다른 형태로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상속과 관련한 사항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이고은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