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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 넘긴 예산안 극적타결까지 '막전막후'

기사입력 : 2017년12월05일 13:39

최종수정 : 2017년12월05일 13:39

여야, 오늘 본회의서 예산안 처리…'가시밭길' 한달

[뉴스핌=조현정 기자]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달 넘게 표류하던 2018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기고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돼 5일 본회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대 국회는 올해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헌법에서 정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지만, 한달간 펼쳐진 '예산전쟁'에서 쟁점 예산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은 끝에 절충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 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예산안 심사 연일 '빨간불'…한달간 치열한 '예산 혈투'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지난달 3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간 후 한달간 치열한 예산 혈투를 벌였다.

'예산 칼질'은 지난달 14일 예결위의 예산안 조정소위가 가동되면서 시작됐다. 여야는 열흘 가량 이어진 예산 조정소위의 감액 심사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초반전에서는 많은 사업이 여야의 대립 끝에 '보류 항목'으로 분류됐다.

입장차가 뚜렷한 쟁점 사업 예산 처리가 줄줄이 보류 처리된 탓에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연일 빨간불이 켜졌다.

예결위는 주말도 반납한 채 '일요일 회의'까지 열며 총력전을 벌였지만, 여야 충돌로 인해 생각했던 만큼 예산안 심사에 속도가 붙지 않아 기한 내 합의 처리가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였다.

1차 감액 심사를 끝낸 결과 53개 부처의 사업 659건 가운데 여야 이견에 보류된 사업은 172건(약 25조원)에 달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한 예산조정 소소위가 가동됐다.

이어 예산 심사의 법정시한(11월 30일)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여야 3당 원내지도부 차원의 협상틀도 꾸려졌다. 예산안 심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회의와 예결위 소소위를 동시에 가동키로 한 것이다.

소소위에서도 예결위 심사 기한을 넘길 때까지 핵심 쟁점을 정리하지 못했고 원내지도부 협상도 서로 이견만 확인하면서 계속 공전을 거듭했다.

이에 여야는 지난 1일 오후부터 '2+2+2 회동'을 갖고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지난 2일까지 여야 원내지도부가 막판 협상을 이어갔으나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을 보인 주요 쟁점은 ▲공무원 1만2200명 증원을 위한 5300억원 ▲최저임금 인상분 보조용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아동수당 1조1000억원 ▲기초연금 인상 1조7000억원 ▲건강보험 재정 ▲남북협력기금 등 6개 예산항목과 법인세, 소득세 인상안 등 예산부수법안 2개와 누리과정 예산이다.

8개 항목 중 여야가 뜻을 모은 부분도 있다. 남북 협력기금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 문제다. 남북 협력기금 예산은 당초 정부안 1조462억원보다 837억원 감액된 9624억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2000억원 내외 국고 지원 삭감 수준에서 일정 부분 합의했다.

다른 항목에 대해선 지난달 30일 협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서로 양보하지 못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에는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던 예결위 조정소위 소소위에서 파행되기까지 했다. 이어 여야는 내년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 시점을 2일 정오로 36시간 연기하는 데 합의,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마라톤 협상에도 법정시한을 넘길 때까지도 접점을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결국 법정시한을 넘긴 4일에야 핵심 쟁점들에서 한발씩 양보, 타협점을 찾으면서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시스>

◆ 공무원 증원 등 쟁점…여야, 한발씩 양보

여야가 충돌한 최대 쟁점은 공무원 증원 규모였다. 우선 여야는 내년도 공무원 인력 증원 규모는 9475명으로 정했다. 당초 정부안(1만2221명)에서 3당이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결국 2746명 감원된 수준으로 합의된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을 놓고 민주당은 1만500명,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7000명, 8000∼9000명을 제시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다만 한국당은 공무원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공무원 재배치 실적을 2019년도 예산안 심의 시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을 부대 의견으로 달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족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2조9707억원으로 합의됐다.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하고 현행 현금 지원방식을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을 2018년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 안에 국민의당이 주장했던 간접 지원 방안을 더한 결과다.

또 각각 4월과 7월로 예정됐던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지급 시한을 오는 9월 이후로 연기했다. 당초 정부가 내놓았던 원안에 비해 각 2개월, 5개월이 늦춰진 셈이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지 예산을 시행하게 되면 여당에게 지지가 몰릴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이 반영됐다.

만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의 경우 2인 이상 가구 기준 소득 수준 상위 10%는 제외하고 월 10만원 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정부 원안인 25만원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소득 수준을 배려한 차등 배려가 가능하도록 중장기 기초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인상안은 정부안을 유지하는 대신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25%) 과세표준 구간을 300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고 모태펀드 등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세출 예산을 1000억원 이상 증액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유보했다.

여야는 이와 함께 2018년도 누리과정 일반회계 전입금 규모는 2조586억원으로 하고 2019년 이후 누리과정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전반적인 예산안 수정안을 보면 정부에서 제시한 것에서 큰 차이가 없다. 공무원 증원 숫자가 2000명 남짓 줄어든 것과 아동수당, 기초연금 시행 시기가 늦춰진 것 외에는 사실상 정부에서 제시한 원안대로 거의 이뤄진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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