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의 올해 보급 대수가 목표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수소차 보급에 전년대비 약 3배 증액된 예산을 편성했으나, 공공기관의 의무구매 실적 저조로 기대만큼의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 올해 보급목표 310대…현재 실적 180대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급된 수소차는 누적 180대다. 지난 3월 환경부는 올해까지 수소차를 누적 310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보급된 수소차는 121대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올해 189대를 추가 보급해야 했으나 59대에 그쳤다. 목표의 31% 수준이다.
올해 정부는 수소차 보급에 185억7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64억5300만원에 비해 189% 증액됐다. 당초 정부는 수소차 보급에 전년대비 310% 증액된 265억원을 편성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실적 저조를 이유로 79억2500만원을 삭감했다.
수소차 보급이 목표를 크게 밑돈 것은 공공기관 구매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를 출시했으나, 아직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아 아직 민간에 판매된 차량은 한 대도 없다. 공공기관의 의무구매에 100%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공개한 '2016년 공공기관 전기차·수소차 구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242개 대상기관 중 구매의무 실적을 달성한 기관은 73개로 30.2%에 그쳤다. 특히 절반 이상인 132개 기관은 전기·수소차를 1대도 구매하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소차는 현대차가 4년 전 양산차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으나 현재는 토요타와 혼다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면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선두주자로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충전소와 보급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왼쪽 토요타 신형 수소연료 전지차(FCV), 오른쪽 현대차 투싼ix. |
◆ '전기차가 급한데' 의견분분…선점한 주도권 뺏길 수도
수소차 보급실적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꼽힌다. 현재 수소차 충전소는 국토부가 운영중인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환경부, 산업부가 운영 중인 곳까지 14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인 것은 맞지만, 현재로서 전기차에 비해 인프라 확보에 난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수소차 충전소는 일반 전기차 충전소의 20배의 비용이 든다. 안전 문제로 지역사회에서 님비(NIMBY·지역에 혐오시설이 유치되는 것을 반대) 현상도 일어난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시장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급한 전기차충전소 확보보다 수소차충전소 확보를 우선시하는데에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일부 의원도 이같은 이유로 수소차 예산 확보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수소차에 대한 정부 투자에 의견이 충돌하는 사이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선점했던 수소차 주도권을 중국과 일본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라고 있다. 최근의 저조한 실적으로는 환경부가 목표로 하는 2020년까지 수소차 1만대, 수소충전소 100곳 구축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필수 교수는 "수소차는 수소의 생산, 저장, 이동 등에 난제가 많아 아직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황"이라면서 "전기차는 민간에서 충전소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소차에 지나치게 올인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