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스타톡] 이자람 "송화가 피해자로만 남는다면 '서편제'는 추락하고 마는 거죠"

기사입력 : 2017년10월21일 12:00

최종수정 : 2017년10월21일 12:00

[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이자람은 뮤지컬 '서편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국악 수퍼바이저, 또 송화 역의 배우 이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서편제'의 송화가 아닌 이자람은 삶 전체를 운영해가는 그의 본래 모습과 꽤 닮아있다.

뮤지컬 '서편제'의 초연부터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온 이자람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인상. 거침없고 소탈하게 말하지만 꽤 오랜 시간 진중하게 고민해온 티가 나는 답변들을 꺼내놓는 그가 낯설었다. 예술이란 분야 안에서 거의 모든 영역을 건드리는 그임에도 내면의 중심이 꽤 단단하게 서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는 판소리를 만드는 사람이라 뮤지컬 '서편제'는 우리 동네 아닌 다른 곳에 놀러가는 일이에요. 늘 반갑고 늘 생경한 시간이죠. 항상 각별한 느낌이지만 솔직히 준비하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아요. 많은 각오가 필요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해서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매번 나와 좋은 전투를 치르는 일이고, 매너리즘에 빠질 즈음에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경험이죠. '서편제' 자체가 너무 귀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자람은 소리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뮤지컬 '서편제'의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소리꾼이자 배우"라고 스스로를 얘기했고 보다 그를 두렵게 했던 건 뮤지컬 노래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단단히 마음은 먹지만 또 어떤 흔들림이 두려워 관객의 평은 웬만하면 보지 않는 편이라고도 했다.

"판소리 할 때도 무대 위에서 여러 명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세계 무대를 누볐었죠. 배우로 연기를 하는 것보다도, 뮤지컬 넘버를 불러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롭고 두렵고 또 기쁜 숙제예요. '살다보면' 할 때는 이런 노래를 이런 곳에서 또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또 찾아올 것인가 생각하고, 매번 감사하고 혼자 떨기도 하죠. 평은 잘 보지 않는데, 좀 무섭기도 하고 저를 방해하는 것들이 생길까봐요. 보시는 분들은 너무 다양하고 매일의 저도 많이 다르니까요."

그저 '한'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되고 평가받는 뮤지컬 '서편제'를 둘러싼 이자람만의 시각은 신선했다. 가부장적이고 맹목적인 아버지 유봉 때문에 눈까지 멀게 되는 송화. 이 대목에서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이자람은 과거의 예술을 현대로 가져오는 데에 신경쓴 부분, 또 서편제의 송화를 표현하기 위해 공들였던 포인트를 차근히 설명했다.

"불편하신 분들이 분명 있겠죠. 하지만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가 워낙에 그렇게 생긴 스토리예요. 근대 문학은 물론, 우리 나라 과거의 예술들이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여성은 많이 배제돼 있고 도구로만 사용돼 왔죠. 여성 중심의 캐릭터도 없고요. 그렇다고 이걸 평등을 위해 함구해야 하느냐, 지금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 고민했죠. 이지나 연출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결국 송화가 피해자로만 남으면 우리는 그냥 추락하고 마는 거라고요. 송화도 유봉과 비슷한 징글징글한 피를 가져서, 혼자 힘으로 소리를 찾아가는 여자예요. 그걸 표현해 달라고 하셨어요."

이자람의 말처럼, 송화가 아버지가 강요를 하지 않았어도, 눈을 멀게 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소리를 묵묵히 찾아가는 삶을 산 것으로 본다면 '서편제'의 교훈은 꽤 달라진다. 그는 "아버지가 내 눈을 멀게 했을때 무대에서 정말로 화가 난다"면서 두 번의 화가 찾아온다고 고백했다. '한'에도 특별히 방점을 찍지 않았다는 이자람은 국악인으로서 판소리가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됐으면 하는지, 또 어떻게 사랑받기를 원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아버지가 눈을 멀게 했을 때, 또 먼저 죽었을 때 두 번의 화가 올라와요. 하지만 송화는 그것 때문에 소리를 찾은 게 아니에요. 그런 일들이 전혀 없었어도 소리를 찾고 그 심청가를 완성해냈을 거예요. 저는 서편제가 그냥 다 한으로만 해석되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한은 삶에서 겪는 작은 분노들이 하나 하나 쌓여서 이뤄지는 거잖아요. 판소리는 인생을 다 담는 예술이지 한만 담는 예술이 아니었음 해요. 한보다는 남자도 가족도 없었던 한 여자가 소리와 자신을 결국 일치시키는 과정이 바로 서편제인 거죠."

이자람은 '서편제'의 송화를 연기하는 것 말고도 판소리를 직접 쓰고, 또 창극의 대본을 쓰기도 한다. 이자람 밴드의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종합 예술인인 셈이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아티스트. 이자람은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했다.

"저를 얘기하자면 한글로는 창작자, 영어로는 아티스트가 가장 가까워요. 무언가를 계속 창조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죠. 항상 노는 것에 중점을 둬요. 그 욕망이 사라지면 예술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요. 판소리를 하다 어떤 책임감이 들 때도 '놀아야 해' 하면서 밴드 음악을 하고 놀아요.(웃음) 이걸 또 '잘 해야 하지 않나' 싶을 때는 대본을 쓰면서 놀죠. 제가 하는 일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게끔 작용하고 있어요."

특히 이자람은 서구적 소재나 평범한 이야기들을 판소리로 써내는 작업에 유난히 애정을 드러냈다. 그건 아마 그의 정체성이나 책임과도 맞닿아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서편제' 이외의 다른 뮤지컬은 당분간은 없을 테지만, 분명히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제작자로든, 배우로든 다시 무대에 설 예정이다.

"다양한 얘기들을 판소리화 하는 작업은 아마 계속 할 것 같아요. 판소리를 만드는 일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고 결국 회귀하는 곳이죠. 도망가고 싶어도 제가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올해는 정말 제 작업을 안하고 쉬는 해였어요. 내년에는 슬슬 굵직하게는 국립 창극단에서 연출을 맡은 게 있어서 대본을 다시 쓰게 될 것 같아요. 대본부터 무대에 서기까지 도맡아서 하는 '아워타운'이라는 작품이 내년 혹은 내후년에 올라가요. 또 내년에 밴드 2집도 나올 거예요. 하하."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명동성당 프란치스코 교황 애도 물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한 가운데, 국내 명동대성당에 공식 조문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조문을 하러 온 천주교 신자들은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명복을 빌었다.  22일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가 마련됐으며 이날 오후 3시부터 일반 조문이 진행됐다. 여기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문을 다녀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5.04.22 pangbin@newspim.com 이날 공식 분향소에는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 조문 이후 일반인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공식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제266대 故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회와 전 세계 신자들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과 믿음의 유산을 남기셨다"면서 "늘 겸손하고 소탈하신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故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유인촌 장관도 오후 3시 20분께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5.04.22 photo@newspim.com 적지 않은 비가 내리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공식 분향소에는 천주교 신자들의 조문이 조용히 이어졌다. 번잡하거나 사람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향하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검은 복장으로 공식 분향소를 찾은 박 씨(70대, 여)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이제는 평안하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신앙을 함께하는 이들과 동행한 그는 "예수님을 먼저 뵙고 조문하려고 한다"면서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4.22 pangbin@newspim.com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영성센터 건물 외벽에 교황의 사진이 걸려있다. 2025.04.22 yym58@newspim.com 또 다른 천주교 신자 김 씨(60대, 여)는 "이렇게 빨리 가실 지 몰랐다. 제겐 비보로 다가왔다. 불과 며칠 전에 공식석상에서 말씀하셨던 모습을 기억한다"면서 "그분 말씀을 하니 마음이 또 뭉클하다. 항상 가난한 이들을 돌보셨던 훌륭한 분이다. 부활절 다음날 돌아가신 게 분명 좋은 곳으로 가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측에 따르면 이날부터 언제까지 조문을 받을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교황청에서 장례 일정을 정하면 그에 따라 조문 절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jyyang@newspim.com 2025-04-22 16:49
사진
中, 3조 미국산 쇠고기 타국산 대체중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해 중국 내 스테이크 레스토랑들이 미국산 쇠고기 대신 호주산 혹은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양국의 관세 분쟁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을 전망하는 중국 내 레스토랑 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2일 전했다. 이들 레스토랑은 호주산 쇠고기로 공급선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은 맞불 관세 125%를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다. 중국 내 미국산 쇠고기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 가격은 같은 등급의 호주산에 비해 50% 이상 비싸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던 중국 레스토랑들은 속속 미국산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베이징의 유명 스테이크 체인인 번레이(本垒)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호주산을 사용할 방침"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호주산 쇠고기와 소시지를 원자재로 구매해 사용할 예정이며, 돼지갈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캐나다산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의 대형 마트 역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감소시키고 있다. 기존의 재고가 소진되면 미국산 소고기를 더이상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쇠고기의 대중국 수출액은 20억 달러(2조 8500억 원)였다. 미국산 쇠고기는 중국 내에서 주로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높은 단가의 메뉴에 사용되어 왔다. 미국 쇠고기 수입분은 호주산, 중국산 제품으로 전량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산 쇠고기의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이스턴 마킷 소고기 판매 매장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3.28 kongsikpark@newspim.com ys1744@newspim.com 2025-04-22 10:0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