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개혁·적폐청산 호응 속 안보 발목
사드 추가배치로 보수·진보 모두 불만, 대응 방안 고심
[뉴스핌=송의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넉 달 만에 한반도 안보문제와 관련, 안팎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 제재에 대한 주변 강국들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데 이어, 사드 배치 문제로 보수와 진보로 갈린 국내 상황도 정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개월을 맞았다. 문재인정부는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촛불시위에 이은 탄핵으로 인수위원회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등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탄생한 정권이라는 점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를 반영하듯 인사문제의 경우 대선 후보 시절 고위공직자 배제요건으로 제시했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 원칙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인사를 지명하면서 몇몇 장차관 후보자들이 탈락했고 장고 끝에 지명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뉴라이트 사관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개혁정책, 적폐청산 호응...북한 發 안보문제 발목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개혁정책과 함께 적폐청산을 추진하면서 70%가 넘는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기록하며 급하게 출범한 정권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역시 진보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는 한반도 안보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이달 4~6일 성인 1528명을 대상으로 한 주간 집계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전주보다 4.1%포인트 하락한 69.0%로 나타났다고 밝혔는데, 60%대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이다. 리얼미터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위기감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지역과 연령, 이념 성향에서 지지율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5월 세 차례(15일, 25일, 29일)와 7월 4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문 대통령은 7월 6일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화와 제재 병행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에도 7월 한 차례(28일), 8월 두 차례(26일, 29일) 탄도미사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고, 특히 8월 29일 발사된 미사일은 예고 없이 일본 영공을 넘어 떨어지면서 일본이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안 마련을 추진하려 하는 가운데 다시 이달 3일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하면서 대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문재인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큰 도발로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 방안인 원유공급 중단 협조를 요청했지만, 민간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문 정부로서는 커다란 러시아의 벽을 다시 확인했다. 이 부분에서 러시아보다 더 큰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도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태도에서 보듯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고민은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지도자들이 모두 강력한 통치력을 갖고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취임 전 부터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두 강한 리더십을 보유, 유연한 대화가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까지 더하면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지금까지보다 어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주한 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운용장비가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마을에서 경찰과 주민의 대치 속에 기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사드 배치 두고 보수·진보 둘 다 불만
북한 위협에 대응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도 정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8일 밤 전격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했던 진보진영이 사드배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고, 보수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 늑장배치 했다는 비판과 수도권 추가배치는 물론 전술핵 재배치까지 주장하고 있어 안보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진영 주장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4개월간) 국민의 기대를 너무나 키워 놓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없고, 인사는 오래전 감동도 스토리도 사라지고 문제투성이 측근 캠프 출신 인사로 채워져 국정의 걸림돌 되고 있다"며 "속 시원한 사이다 검찰 인사 때를 생각해 봐라. 지금 이대로 가면 너무나 큰 갈등이 올 것이 뻔하다. 4개월 전 취임 때로 돌아가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돌아가지 않고 직접 맞서며 국민들과 소통하는 문 대통령 스타일대로 안보 위기로 인한 혼란을 정면 돌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