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징역 5년 선고받아
글로벌 경영 차질..하만과 같은 대형 M&A 어려워
인재 영입에도 차질 불가피..단기실적 치중 우려
[ 뉴스핌=김겨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올 2분기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선 삼성의 공든 탑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등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 2월 28일부터 178일간 이어져 온 총수 부재 상황을 지속하게 됐다. 이 부회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은 필수다. 하지만 전문경영인들이 빠른 시간내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터지자 발빠르게 생산을 중단하고 전량 회수를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이었다.
삼성증권이 위치한 삼성 서초사옥 <사진=김학선 기자> |
5년 뒤, 10년 뒤를 대비한 대규모 투자도 멈췄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새로운 대형 인수합병(M&A)를 한 건도 성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외 업체 7곳을 인수한 것과 상반된다. 7곳 가운데 6곳은 미래 신기술을 가진 업체로,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먹거리 준비에 한창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자동차 전자장치 부품 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5년 안에 자율주행 플랫폼을 내 놓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전면 보류된 상태다.
글로벌 인재영입도 차질을 빚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세계 곳곳에서 우수 인재를 만나 직접 면접을 보는 등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적이었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장과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도 이 부회장이 영입한 인물들이다.
이들처럼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최상위급 인재를 전문 경영인이 데려오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하겠다던 계획도 무기한 보류됐다.
총수 없는 기업은 단기 성과에 힘을 쏟고 먼 미래를 위한 경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전문 경영인들의 임기가 2~3년으로 정해져있는데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성공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진데다 이 부회장까지 오래 자리를 비우면서 그룹 재편도 멈춰섰다. 지주회사 전환이 백지화됐으며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작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한번 뒤쳐지면 회복하기가 어려운데 주요 의사 결정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