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무더기 차단에 중국 젊은층·투자자 '무기력'
[뉴스핌= 이홍규 기자]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공격적인 지침 아래에서 대중들의 삶에 애국심과 공산당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 하고 있다고 2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당국이 중국 젊은이들이 미국의 시트콤 대신, 혁명적 주제를 담고 있거나 정치적으로 고무될수 있는 영상을 보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미일소흔경성, 친애적번역관, 해밀, 금수미앙, 정절고성, 북상광불상신안루, 결혼위십요 |
올해 초 중국의 비디오 웹사이트들은 중국과 한국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한 뒤 한국의 뮤직비디오, TV드라마 영상을 페이지에서 끌어 내렸다. 지난달에는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이 여러 엔터테인먼트 영상물과 유명 인사들의 계정을 삭제했다.
지난 주에는 동영상 사이트인 빌리빌리(Bilibili)와 에이시펀(ACFUN)이 미국과 영국, 일본, 한국의 영화와 TV드라마, 쇼 영상 대부분을 삭제했다. 이 두 사이트는 중국의 10대 및 젊은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들은 규제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 콘텐츠 차단에 '충격'과 '무기력' 호소한 중국 젊은층
신문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북마크한 동영상이 하룻 밤만에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 '충격', '혼란', '무기력함' 등의 반응을 소셜 미디어에서 보였다고 전했다. 조사업체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영상 사용자의 70% 이상은 30세 미만이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3은 적어도 매일 1~2시간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인터넷과 정치 뉴스, 정치 논쟁에 대해선 엄격한 감시 활동을 별여왔으면서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다. 그 결과 중국의 많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들이 한국의 연속극, 미국의 TV쇼,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을 보면서 자랄 수 있었다.
당국의 콘텐츠 제한이 촉발한 '혼란'은 중국의 젊은층 뿐아니라 이들을 타깃으로 해 사업을 키우려는 온라인 회사들에도 가해졌다. 신문이 인용한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콘텐츠 제한으로 아직 수익도 내보지 못한 사업들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빌리빌리와 에이시펀은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해 이후 주류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했다. 시청자들은 스트리밍 화면 위에 실시간으로 덧글을 게시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빌리빌리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약 1억5000만명으로, 이 중 4분의 3은 24세 이하의 젊은층이다. 에이시펀은 사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2007년 설립된 에이시펀에는 알리바바의 유쿠 투도우(Youku Tudou)가 투자자로 있다.
투자자들은 당국의 콘텐츠 검열이 계속되면 이들의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신생기업들과 투자 협상을 중단한 벤처 자본가들은 투자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걱정스러움과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