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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2분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정상화와 자산 축소 계획 공개에도 약세를 지속했다.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등 다른 대형 중앙은행도 초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약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식은 점도 달러화를 약하게 했다.
상대적으로 유로화와 파운드는 강세를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상반기 막바지에 완화적 통화정책의 제거가 시작된다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로 유로화를 띄웠고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역시 완화적 기조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달러화가 쉽사리 강해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까지 3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이 후퇴했다는 점을 볼 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난달로 멈췄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지 않다.
◆ 달러-유로, 냉정과 열정 사이
2분기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4% 넘게 하락했다. 달러 자체의 약세와 유로화와 파운드 등 바스켓에서 비중이 큰 통화의 강세가 엮이면서 달러화를 약하게 했다. 연준은 지난해 말부터 전망한 올해 총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뚜벅뚜벅 걸었지만, 연준의 긴축에 달러화의 반응은 냉랭했다.
반면 중앙은행에 대한 유로화와 파운드의 반응은 뜨거웠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부양책이 작동하고 있으며 경제에 속도가 붙으면서 점진적으로 철회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책 기조의 조정은 점진적일 것이며 개선되는 움직임이 충분히 안심할 만할 때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카니 총재는 경제가 개선된다면 부양적 통화정책의 제거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언급해 6월 마지막 주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2% 강해졌다.
코먼웰스 외환의 오메르 에시너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세계 통화정책이 더 정상적인 단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화에 대한 장기 지지의 주요 원천을 제거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한 성장세와 더 매파적인 연준이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전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안다 증권의 크레익 얼람 선임 애널리스트는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몇 명의 중앙은행 정책수립자들이 자신의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보다 매파적인 관점을 채택하면서 수익률을 올리고 파운드,
유로, 캐나다달러에 센 호가를 불렀다"면서 "이 같은 발언들은 투자자들이 세계의 가장 큰 중앙은행들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시대의 종결을 준비하면서 주식에도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2분기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브라질 등 남미 통화는 달러화 대비 일제히 6~8%대의 약세를 보였다. 한국의 원화 역시 달러화 대비 2%대의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체코와 폴란드, 덴마크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 하반기, 불안한 달러 '불(Bull)'-반짝이는 멕시코 페소
하반기 외환시장에 대한 전망은 기관별로 다양하다. 특히 유로/달러 환율 전망치는 97센트에서 1.15달러까지 넓게 포진돼 있다. 그러나 편히 달러 강세를 전망하기에는 하방 위험이 커 보인다. JP모간은 유로화가 연말 1.15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JP모간은 달러화가 싸졌고 투기 거래자들의 포지션이 중립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반등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 지표가 다시 반등한다면 달러화 역시 상승 전환할 수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 모델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9%로 전망된다. 이는 1분기 1.4%보다 성장 속도를 키운 것이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구이 페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경제가 2~2.5% 안에서 성장한다면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미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견조한 성장세 속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날 수 있다. 페초 매니저는 "현시점에서 연준은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묵살하고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고 자산 축소를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단기적으로 이 같은 모든 것은 달러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1.14달러인 유로/달러 환율이 1.08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BNY멜론의 닐 멜로 수석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약세를 계속할 수 있는 다른 시나리오는 (트럼프 정부의) 재정 부양이 이뤄지지 않고 성장률이 실망스러워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안다 증권의 알폰소 에스파자 선임 외환 전략가는 "연준은 낮은 인플레이션을 간과하고 긴축을 계속하고 싶어 하겠지만 계속해서 낮은 인플레이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나 대형 스캔들이 달러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 속에서 큰 폭의 가치 절하를 본 멕시코 페소화는 여전히 '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화 약세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경제 역시 페소화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1분기 멕시코 경제는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7개월 연속 긴축으로 기준금리를 2009년 이후 최고치인 7.0%로 올려놨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기타 머니 매니저들의 멕시코 페소 순매수 포지션은 9만5814계약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 앤 코의 마크 챈들러 글로벌 수석 외환 전략가는 "페소는 세계에서 가장 낮게 평가된 통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무라는 "나프타가 멕시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면서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할 때 미국 정부가 조약의 광범위한 재협상에 착수할 의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