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브라질 기업 인수ㆍ디지털 공장화에 9000억 투자
2030년 글로벌 3개분야 1위 시동..기업문화 쇄신도 잰걸음
[뉴스핌=전지현 기자]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월드 베스트 CJ'를 향한 경영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2030년까지 최소 3개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 이 회장 부재 기간 멈췄던 CJ의 공격적 투자와 인수합병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CJ제일제당은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 확대 및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9000억원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 생산공정에 디지털 자동화솔루션이 결합된 지능형 생산공장이 건설된다.
이 공장은 충청북도 진천 송두산업단지에 약 33만578.5㎡(10만평) 규모로 들어선다. 올해 8월 착공 후 내년 10월에 가동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식물성 고단백소재 1위 기업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 지분 90%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이 회사는 37개국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고, 대두 주산지에 위치해 물류 경쟁력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CJ제일제당 사업(바이오, 생물자원 등)과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는 “이번 투자는 식품·생명공학 분야 글로벌 1위를 향한 도약의 첫걸음”이라며 “온리원(ONLYONE) 기술기반의 사업영역을 확대해 2020년 '그레이트 CJ(Great CJ)'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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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CJ그룹의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재현 '월드 베스트 CJ' 행보...향후 M&A도 '주목'
이 회장의 복귀는 CJ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검찰 수사와 구속 등으로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경영공백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첫 변화의 기운은 CJ 내부부터 감지됐다. CJ그룹은 지난 3월, 한동안 소폭 인사에 그쳤던 신규 임원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상무 부부와 이선호 부장을 승진자 명단에 올리며 3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CJ제일제당과 CJ E&M을 비롯한 12개 주요 계열사에 160여개 직무에 대규모 채용도 실시했다.
지난달에는 기업문화 쇄신 작업에도 돌입했다. 글로벌 연수 휴직 신청 및 연수 프로그램,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이 핵심이다.
투자에도 물꼬가 터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콘퍼런스(ONLYONE Conference)'에 직접 참석, 올해 투자규모 5조원을 선언했다.
◆CJ제일제당으로 쏘아올린 사업 재정비 '신호탄'
그룹 주변에서는 이번 CJ제일제당 투자가 이 회장이 경영 복귀 후 그룹 사업 재정비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첫번째 대규모 투자 사업처로 CJ제일제당을 꼽은 데는 R&D가 중요한 소재사업 부분에서의 실적둔화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1.2% 감소한 1442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식품부문 영업이익이 26.3%까지 하락해 CJ제일제당 전체 영업이익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R&D가 중장기 성과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긴 공백으로 인한 투자 감소가 소재 사업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었다.
관련업계는 이번 이 회장 본격적인 수술작업에 돌입한 만큼 향후 M&A행보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지난 2013년 조세 포탈과 횡령·배임 혐의로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동부익스프레스, 맥도날드, 동양매직 등 굵직한 M&A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오너공백으로 인한 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주요 결정 사항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이를 염두한 듯 이회장은 앞서 2020년까지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에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의 선언처럼 2030년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과 모든 사업내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위해선 덩치 키우기가 불가피하다.
그룹내 주요 계열사의 해외 사업은 최근 한달새 이미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물류센터 착공했고, 이번달 들어서는 CJ제일제당이 러시아 냉동식품 업체 라비올리를 인수하며 4조원 규모의 러시아 냉동가공식품시장에 진출했다. CJ대한통운 역시 지난 4월에만 인도 다슬 로지스틱스와 중동·중앙아시아 이브라콤을 잇따라 인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복귀와 함께 시작된 9000억원 규모 투자로 그동안 성장 제로에 멈췄던 사업 재정비 작업이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오너 부재'로 투자 계획 등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던 CJ그룹이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경여활동은 지난 2013년 7월 구속수감되며 2014년부터 중단됐다가 올해 4년만에 재개됐다. 이후 이 회장은 복귀와 함께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오쇼핑, CJ CGV 등 주력 계열사를 내세워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경영전략 '그레이트 CJ’를 선포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