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모두들 둘 다 잘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전 노래 연기 모두 잘하고 싶어요.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말 그대로, ‘아이돌’의 재발견이다. 10년차 아이돌 2PM의 멤버 준호(27)는 연기를 시작한지 5년 만에 배우 이준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데뷔한 그는 영화 ‘스물’, ‘협녀, 칼의 기억’, tvN ‘기억’까지 매년 한 작품씩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다져왔다. 그리고 올해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안하무인 싸가지 ‘서율’로 열연하며 대중의 눈에 들었다.
그가 연기한 TQ그룹 재무이사 서율은 악행을 일삼는 ‘냉혈안’. 하지만 극 후반부 개과천선의 기회를 얻고 정의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다. 이준호는 악인부터 주인공 김성룡 과장(남궁민)과의 브로맨스까지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가 끝나서 너무 좋으면서도 섭섭해요. 3개월 동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촬영을 시작하면서 드라마에 해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칭찬까지 받아서 기분 좋아요. 사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안 해봤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새롭게 느끼신 것 같아요.”
‘김과장’은 마지막회 시청률 17.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높은 시청률과 동시간대 1위라는 좋은 성적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악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데 큰 의미를 뒀다. 그리고 그렇게도 원하던 악역을 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준호’의 모습이 나오면 안 될 것 같아서 ‘살가움’을 없앴어요. 대본 리딩, 첫 촬영, 회식, 초반 5~6회까지는 동료 배우들과 대화 자체를 안했어요. 그래서 너무 외로웠죠. 하지만 선배님들이 너무 잘 받아주시는 서율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이준호의 악역에 대한 열정을 대단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가며 대본에 없던 설정까지 만들어냈다. 특히 ‘먹소’(먹보+소시오패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이준호는 신들린 ‘먹방’ 연기를 펼쳤다.
“서율이 가진 권력, 탐욕을 먹는 것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가장 맛있었던 건 핫바였어요. 정말 추운 날 새벽 촬영이었는데 한 번에 핫바 5개를 먹었네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폐공장에서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신이요. 그때 지문에는 딸기 스무디를 먹으라고 돼 있었는데, 감독님이 고기를 구워먹자고 제안하셨어요. 저는 여기에 바나나우유를 더했고요. 댓글 보니까 ‘왠 고기에 바나나 우유냐?’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서율의 이상한 성격이 부각된 것 같아 기분 좋았어요.”
벌써 연예계 데뷔 10년차. 이준호는 지난 10년이 어찌 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연습생, 1집을 냈을 때, 첫 콘서트, 일본에서 첫 솔로 데뷔, 모두 최근 일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니요. 지금 돌아보면 그동안 ‘잘 살았다’고는 말 못해도 ‘진짜 열심히 살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뭔가 찡한 느낌이 드는데요? 하하.”
연기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준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2PM 활동이다. 함께 동고동락한 멤버들은 너무 애틋하다. 특히 인지도가 없었던 데뷔 초 그룹을 알리기 위해 희생했던 닉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흔히 하는 말로 닉쿤 형은 ‘난놈’이에요. 정말 착해요. 2PM 때문에 개인 활동도, 거액의 제안도 다 포기하고 예능을 돌았어요. 사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유혹이 있었을 텐데 안 떠나고 우리 옆에 있다는 게 대단해요.”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고, 또 바라보는 멤버들의 나이. 곧 군대에 가는 멤버들이 있을 테지만 걱정은 없다. 이는 멤버들 간의 탄탄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우리끼리 너무 잘 지내요. 누구 하나 그룹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도 같고요. 우리는 어쨌든 뭉칠 거고, 또 빠른 시간 안에 함께 할 거니까 잠시 떨어져 있는 것 쯤은 문제가 안돼요. 괜찮아요.”
공교롭게 드라마를 통해 이성민(기억), 남궁민(김과장)과 브로맨스를 보여준 이준호는 로맨스 연기에도 살짝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내 “어렵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에서 윤소희 씨와 키스신이 있었는데, 여배우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설레는 느낌은 있어요. 이번 ‘김과장’에서도 남상미 누나랑 살짝 이어지는 듯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서로 간지러워서 애먹었죠. 그런 연기를 할 땐 큰 맘 먹고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해도 막상 하면 잘 할 자신은 있어요.”
노래, 연기, 어느 것 하나 놓을 수 없는 이준호의 목표는 뚜렷하다. “조금 뻔한 말 같지만 믿고 보는 배우, 믿고 듣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게 바로 흥행을 보증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전 가수나 배우, 어떤 일을 하든 ‘이 정도면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는 못하겠어요. 무조건 끝을 봐야 직성에 풀려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