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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춘제(春節∙중국 음력설)를 기점으로 중국본토증시(A주) 상장사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상장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최대 적자액을 기록한 상장사의 면면은 한 해의 경제, 산업, 자본시장의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4일 현재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2016년 중국증시에서 최대 적자를 기록한 3대 기업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中國石化) 산하 석화유복(石化油服)과 중국 국영석유기업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산하 중해유복(中海油服), 중국 국영 해운업체 중원해공(中遠海控, 과거 종목명 중국원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160억8000만위안, 117억위안, 99억위안의 적자액을 기록해 상위 3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제원유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제침체 속 해운산업 불황의 여파는 중국 2대 유전(油田)서비스 업체와 중국 대표 해운업체에게 '적자왕(虧損王)'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특별 관리를 받는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업경쟁력이 아닌 정부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중국증시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둬들인 상장사 대부분은 은행주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상장사의 순위는 한 해의 경제와 산업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가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지난 10년(2006~2015년)간 A주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순위와 그 배경 등을 상∙하로 나눠 조명해본다.
◆ [2006년] 무리한 사업확장 ‘동방항공’, 증권사 우회상장 열풍
2006년 최대 적자액을 기록한 상장사는 동방항공(東方航空)으로, 27억8000만위안의 적자액을 기록했다. 민간 항공 상장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만큼, 그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당시 시장에서는 동방항공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영향으로 판단했다. 2002년 동방항공은 중국서북항공(西北航空)과 중국운난항공(雲南航空)을 인수∙합병(M&A)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2008년 동방항공의 자산부채율은 93.7%에 달했다.
무엇보다 2006년 중국증시는 증권사들의 우회상장이 봇물처럼 일었던 한 해였다. 16억2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액 순위 5위를 차지한 S석련화(S石煉化)는 중국 장강증권(長江證券)의 우회상장 상대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9월 광발증권(廣發證券)을 시작으로 우회상장을 추진한 증권사는 10개 이상으로 늘었다. 수년간 A주가 심각한 베어마켓(약세장) 국면을 이어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 부진은 기업공개(IPO)의 기준에 부합되지 못했고, 이에 우회상장은 가장 빠른 상장 경로로 주목 받았다. 이후 증권사들의 우회상장은 2011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의해 실질적으로 중단됐다가, 2014년 하반기 대형 불마켓(강제장) 도래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었다.
◆ [2007년] 중국 토종 스마트폰 ‘보다오’의 부진
2007년 적자 규모 상위 10위권 상장사의 전체 적자액은 64억1700만위안으로, 지난 10년간 최고로 적은 규모를 기록한 한 해였다. 상하이 소재 종합부동산개발 업체 대명성(大名城)의 우회상장 대상 기업으로 알려진 *ST화원(*ST華源)은 해당 년도 최대 적자액을 기록했으나, 그 규모는 10억1200만위안에 불과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상장사는 5억94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한 보다오주식(波導股份)이었다. 휴대폰과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유명했던 보다오(BIRD)그룹은 당시 중화권 유명가수 리원(李玟, 코코 리)를 광고모델로 앞세워 1999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03년에는 전세계 스마트폰 3대 기업인 노키아와 모토로라, 에릭슨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보다오, TCL, 캉자(康佳) 등 중국 토종브랜드의 활약으로 1999년 5%에 불과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03년 54.7%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저가상품을 앞세운 보다오 스마트폰은 200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과잉생산과 기술경쟁력에 따른 도전으로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2007년과 2008년 각각 5억9400만위안과 1억6700만위안의 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결산이 지속되면서 ST(특별관리)종목으로 분류된다.
◆ [2008년] 금융위기, 멜라민파동, 올림픽 등 ‘일희일비’
2008년 중국증시는 희비가 교차하는 한 해였다. 우선 중국이 처음으로 개최한 베이징 올림픽은 증시에 호재 이벤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멜라민 분유파동, 쓰촨성(四川)성 원촨(汶川) 대지진 등의 악재도 이어졌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반기 원유를 비롯한 벌크상품 가격이 폭락했고, 항공을 비롯해 비철금속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동방항공은 2006년에 이어 2008년에도 적자액 1위를 기록했다. 다만, 2006년과 달리 동방항공 외에 중국국제항공(中國國航∙에어차이나)과 남방항공(南方航空) 등 3대 중국 국영 항공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3사가 기록한 적자액만 무려 279억위안에 달했다. 하반기 원유선물시장 가격 폭락에 따른 원유선물 옵션계약의 가격 변동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비철금속 업종인 운남구리(雲南銅業) 또한 27억92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해 10위권 명단에 올랐다. 해당 년도 구리 현물 가격은 전 3분기 톤(t)당 6만664위안에서 12월말 2만3000위안으로 하락했다.
악재는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이어졌다. 이는 중국 식품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 확대로 이어졌고, 분유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중국 대표 유제품 제조 업체인 이리(伊利)그룹은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8억8500만위안 규모의 재고물량을 폐기하기에 이르렀고, A주 최대 우량주인 이리고분(伊利股份)은 16억87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 [2009년] ‘해운 거물’의 좌초, 국영기업 경쟁력 도마 위
2009년은 중국 국영 해운업체 중국원양(中國遠洋∙코스코)의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한 해로 평가된다.
현재는 중원해공(中遠海控)으로 종목명이 바뀐 중국원양은 2009년을 시작으로 2011년과 2012년까지 A주 상장사 중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중국원양의 주가는 4개월 간 주당 15.52위안에서 68.4위안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당 6위안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도 중국원양은 99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원양의 적자 원인은 수년간 이어진 전세계 해운 운수 시장 수요 침체와 운수시장 과잉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적자 행진 속에 더욱 커져가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 또한 중국원양의 문제로 꼽힌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원양은 2억3500만위안, 3억6300만위안, 2억8300만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질적 순이익이 아닌 정부보조금과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 등으로 손실을 매꾼 데 따른 결과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원양에게 제공된 정부보조금은 11억5300만위안 정도였으나,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7억4300만위안과 42억5700만위안으로 늘어났다.
◆ [2010년] ST종목 편입 면한 불사조 ‘경동방A’
2010년 A주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화릉강철(華菱鋼鐵)로 20억4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두 번째로 큰 적자액을 기록한 경동방A(京東方A)이었다.
경동방A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정부 보조금과 자산현금화 등으로 ST(특별관리)종목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해간 점을 빗댄 표현이다.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경동방A는 정부보조금 등 기타 비경상성 손익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순이익만으로는 2009년과 2011년, 2012년 이익을 달성하면서 2년연속 적자를 달성한 기업에 부여되는 ST종목으로 편입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경동방A를 구제한 것은 정부보조금을 중심으로 한 비경상성 손익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경동방A의 비경상성 손익은 67억5500만위안에 달했다. 2011년 경동방A는 38억7100만위안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44억3300만위안의 비경상성 손익 덕분에 오히려 5억6100만 위안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경동방A는 불사조 외에 '자금조달왕(圈錢王)'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2001년 상장 당시 9억7500만위안의 자금을 조달한 것 외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에 걸쳐 리파이낸싱(재융자)에 나서 총 248억2400만위안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특히, 2013년 7월 경동방A는 증자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95억주~224억주를 발행, 이를 통해 460억위안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로 경동방A는 2013년에 들어 적자행진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하면서 2015년 하반기 들어 또 다시 적자를 기록, 2015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1억6800만위안과 7억95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한다. 2016년 전 3분기의 경우 1억4100만위안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나 비경상성 손익을 제외할 경우 18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