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누구는 모델로, 누구는 연기자로, 누구는 래퍼로 알고 있을 듯하다.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이는 모델 출신 배우 장기용(25). 얼마 전까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랩을 쏟아냈던 그는, 최근 웹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뉴스핌을 찾았다. 직접 만난 장기용은 남다른 끼만큼이나 말 한 마디에도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했다.
평소에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장기용은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해 결승전까지 오를 정도의 랩 실력을 선보였다. 장기용은 치타, EXID의 LE, 피에스타의 예지가 프로듀서로 있는 '핫칙스' 가문에 뽑혀 시작한 후, 마지막에는 MC스나이퍼와 무대에 올랐다.
"제가 래퍼분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죽기 전까지 한 번 해볼까 말까한 경험이잖아요. 처음에는 좋은 기회라 설렜고, 지금은 좋은 여행을 끝낸 기분이에요. 핫칙스에 있을 때는 저의 장점, 스타일, 좋아하는 가사에 맞춰서 무대를 선보였다면, MC스나이퍼 프로듀서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호흡법까지 가르쳐주셨어요. 언제 이렇게 힙합에 푹 빠져보나 싶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힙합의 민족2'에는 유독 장기용 뿐만 아니라 주우재, 강승현, 장성환 등 모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장기용은 "모델들이 대체로 끼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정작 자신이 가장 주목했던 참가자는 울랄라세션의 박광선을 꼽았다.
"요즘엔 모델이든 연기자든 래퍼든, 뭐든 잘 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현장에서 랩하는 걸 듣는데 다들 너무 잘하더라고요. (장)성환이는 고등학생인데도 뻔뻔하게 잘 하는 걸 보니 용기가 대단하다 싶었어요. (강)승현 누나는 무대 전에는 매범 '떨린다'면서도 무대 위에선 너무 잘해서 얄미웠어요.(웃음) 첫날에 박광선 씨와 같이 나왔는데 반칙 아닌가 싶었어요. 무대 뒤에서는 항상 긴장하면서 무대 위에 올라가면 눈빛이 바뀌고 정말 행복해 하는게 느껴졌어요. 무대 위에서의 여유, 제스처, 눈빛을 많이 배웠죠."
아쉽게 결승전에서 패한 장기용은 래퍼로서의 일탈을 끝내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최근 촬영을 끝낸 웹드라마 '썸남'이 오는 2월말 공개될 예정. '썸남'은 동명 웹툰을 시트콤으로 만든 작품으로, N포 세대 대학생들의 웃픈 공감 자취 생활기이자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장기용은 성기제 역을 맡아 최우식(박규태 역)과 호흡을 맞췄다.
"성기제는 무뚝뚝하고 과묵한 '츤데레' 캐릭터에요. 기존에 제가 하지 않았던 역할이기 때문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에요.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최)우식이 형이 너무 웃겨서 대사가 아니라 웃다가 NG를 많이 냈죠.(웃음) 형에게 편하게 의지하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썸남' 촬영기간이 '힙합의 민족2'와 겹쳤다.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많았을 장기용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들 마저도 너무 즐거웠기 때문. 장기용은 겨우 찾아낸 고충으로 '수면부족'을 꼽았다.
"'썸남' 촬영이 '힙합의 민족2'와 겹쳐서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조금 더 음악을 듣고 연습했으면 마지막 한 번은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래도 무사히 잘 끝내서 시원하죠. '썸남'에서 주연을 맡아 촬영이 매일 있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어요. 아침 7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에 끝나곤 했죠. 그런데 그걸 제외하면 촬영장이 너무 재밌었어요."
장기용은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모델을 꿈꿨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서야 입시를 준비했다. 장기용은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아마 모델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 친척을 통틀어 저희 집안에는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아버지는 공부를 잘했고, 저희도 공부를 했으면 하셨죠. 처음에 모델이 하고 싶다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반신반의 했죠. 운이 좋게 대학교에 합격해 모델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죠. 카메라 앞에서 노는게 좋았고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헛되지 않은, 후회없는 시간이었죠. 다만 해외 컬렉션에 못 가본건 조금 아쉬워요."
모델의 꿈을 이룬 장기용은 현재 연기자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연기자 데뷔를 한 장기용은 이후 '최고의 결혼' '선암여고 탐정단' '사랑하는 은동아' '뷰티풀 마인드' 등에 출연했다. 웹드라마 '천년째 연애중' '우리 헤어졌어요'에 이어 '썸남'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장기용은 선배 연기자들의 '배려'에 감사함을 표했다.
"웹드라마 현장은 좀더 밝고 편안한 반면, 드라마 현장은 대선배님들이 많아 화기애애하지만 조금 묵직하고 긴장되는 느낌이 있어요. 장혁 선배님과 촬영하기 전날 너무 긴장되서 잠을 못잤죠. 그런데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도 훗날 선배가 되면 긴장하는 후배들을 다그치는게 아니라 배려하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진모 선배님과 촬영할 때도 너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었어요."
지난 2014년 여운혁 PD는 장기용에 대해 '원빈, 소지섭, 송승헌 신인 때보다 연기를 잘한다'고 말한 바 있다. 2년이 흐른 지금, 장기용은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배우 故 히스 레저를 롤모델로 꼽으며 더 나은 배우를 꿈꾸고 있다. 생애 가장 바쁘게 보낸 2016년만큼 2017년도 바쁘고 싶다는 장기용의 앞날을 응원한다.
"저는 아직 배우는 단계에요. 주변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제가 준비한 걸 제대로 보여주는 거에 집중하고 있어요. 캐릭터 분석을 하고, 여러 방법으로 대사를 외고, 많은 선배님들을 보고 느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히스 레저는 작품마다 완전 다른 사람이 돼요. 저도 '저 사람이 같은 사람 맞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6년은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경험으로 알차게, 제일 바쁘게 보냈어요. 잠을 못자도 좋으니 2017년에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