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스크린에도 브라운관에도 배우는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이름 석 자가 하나의 장르가 된 배우는 몇이나 될까. 차태현(39)이 대단한 배우인 건 이 때문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가 쌓아온 ‘차태현’이라는 장르. ‘차태현표’, ‘차태현이기 때문에 가능한’, ‘차태현다운’ 영화. 누구 하나 딴죽을 걸 수 없는, 오롯이 그가 만들어온 차태현이라는 장르가 충무로에는 존재한다.
차태현이 또 한 번 가장 ‘차태현스러운’ 영화를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4일 개봉한 ‘사랑하기 때문에’를 통해서다. 고(故) 유재하의 동명의 곡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뜻밖에 능력(?)을 갖게 된 천재 작곡가 이형(차태현)이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붙여주는 수상한 힐링 코미디다.
“‘헬로우 고스트’(2010)를 해서 빙의 소재 자체가 새롭진 않았어요. 근데 유재하의 노래로 만든다는 거예요. 확 끌렸죠. 헌정 영화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재하 목소리가 스크린으로 나온다면 꽤나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노래를 두 곡밖에 못 쓴 게 너무 아쉬워요. 물론 노래가 너무 많으면 이야기가 분산됐겠지만, 한두 곡 정도만 더 써도 좋았을 듯해요. 근데 뭐 영화라는 게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고 그런 거죠(웃음).”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특히 좋아한다는 차태현은 유재하의 명곡들을 많이 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눈치였다. 하지만 차태현의 말대로 모든 작품에는 아쉬운 만큼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기 마련.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그건 함께한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또 다른 차태현을 마침맞게 그려낸 선우용녀, 성동일, 배성우, 김윤혜에게 두고두고 감사하다.
“확실히 제가 들어간 ‘헬로우 고스트’보다는 수월하더라고요(웃음). 또 워낙 다들 너무 잘해주셨죠. (선우)용녀 선생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배)성우 형, (성)동일이 형도 저를 너무 잘 아니까 정말 자연스럽더라고요. 특히 성우 형은 정말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중간중간 저의 말투까지 캐치하셨더라고요. (김)윤혜 같은 경우는 많이 보여주고 따라 하면서 맞춰 갔어요. 특히 제가 만든 애드리브를 상대가 해서 관객이 터지니까 희열이 엄청났죠(웃음). 다들 이래서 감독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자신을 연기한 선·후배들. 차태현을 가장 기쁘게 한 이들은 사실 그가 가장 많이 공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 역할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도, “주연인데 분량이 없다”는 지적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도 그래서다.
“처음부터 제가 나오는 장면이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도 이야기했죠. 이 영화는 제가 많이 안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편집을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아예 찍을 때부터 그렇게 짰어요. 실제로 주연작 중에 가장 분량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고요(웃음). 영화를 보면서도 가장 다행스러웠던 게 제가 많이 나왔다는 느낌을 안 받은 거죠.”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 만큼 ‘만약 영화처럼 누군가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면 누구에게 들어가겠느냐’는 질문도 빠질 수 없었다. 앞서 “몸을 바꿀 수 있다면 정우성의 몸으로 가고 싶다”던 차태현의 대답이 또 달라졌다.
“정말 매번 바뀌죠. 엊그제 물었을 때는 (아들) 수찬이 몸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난 효자가 될 거라고. 근데 또 어제는 와이프 몸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죠. 일 년 내내 다이어트한다니까 그냥 제가 대신해주려고요. 또 지금은 (박)보검이 몸에 들어가고 싶어요. 날 정화하고 싶죠. 아닌가, 날 정화하려면 내 몸에 보검이가 들어와야겠구나(웃음). 정말 그때그때 달라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찬이 몸에 들어가는 건 진짜 좋은 생각 아니에요? 하하.”
관객들의 힐링맨, 차태현의 차기작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 함께’다. 죽음 이후 저승 세계에서 49일 동안 펼쳐지는 7번의 재판 과정 동안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차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차태현 외에도 하정우, 주지훈, 마동석, 이정재, 도경수(엑소 디오), 김향기 등이 출연한다.
“근래 장르를 바꾸면 역할이 비슷해도 보는 분들은 다르게 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신과 함께’이 그런 작품이 될 듯하죠. 이 영화 장르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작업 자체가 새로우니 제 변화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제 생각은 항상 같아요. 연기자니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지만, 연기 변신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을 억지로 하는 건 싫죠. 물론 일부러 비슷한 캐릭터만 찾는 건 아니에요. 이런 캐릭터 시나리오가 월등히 많이 들어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딱히 다른 장르 중에 재밌게 읽은 책이 없기도 하죠. 제가 이런 류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사실 너무 나쁘고 과한 캐릭터는 꺼려지더라고요. 내가 왜 칼로 찔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웃음), 무엇보다 저랑 어울리지도 않을 걸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