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연예계는 수많은 형제·자매 배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두 사람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문 게 사실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김고운(22)이라는 배우가 등장했을 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지난 5월 그가 김고운이란 이름을 채서진이라고 바꿨을 때도 그저 그는 ‘김옥빈의 동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채서진은 그런 시선들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했고 부지런히 연기했다. 그리고 올겨울 지난해 찍은 영화 ‘커튼콜’에 이어 상업영화 첫 주연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선보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김옥빈의 동생’이란 수식어는 어느새 ‘국민 첫사랑’으로 모두 바뀌었다.
배우 채서진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 10개를 얻은 수현이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을 후회하던 한 사건을 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채서진은 수현(변요한·김윤석)이 평생 잊지 못하는 여인, 연아를 연기했다.
“주위 반응이요? 아직 반응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지금도 버스 타고 모자 쓰고 민낯에 돌아다니고 하거든요. 붓기빼려고 아침에 사우나도 가고요. 평소랑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기사가 많이 떠서 감사하긴 한데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가 조금 부담스러워요(웃음). 촬영할 때도 지금도 그저 영화 속에서 연아로서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고 연아로서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죠.”
첫 상업영화 주연 자리는 오디션으로 꿰찼다. 경쟁률은 무려 1000대1. 부드러우면서도 포용적이고, 도시적인 듯하지만, 사실은 예스러운 지점이 홍지영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홍지영 감독은 오디션장에 나타난 채서진에게 “여고생이 여인이 돼서 왔네”라고 인사했다. 구면이었다. 앞서 영화 ‘초인’(2015)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심사위원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비전의 밤 파티 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힘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어요. 오디션을 준비할 때도 홍지영 감독님 작품이라는 말에 더 설레고 즐거웠죠. 게다가 감독님이 저를 기억해 주고 계셔서 너무 기뻤어요. 촬영하면서도 연아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았던 여자인지를요. 그래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죠. 사는 시대도 다르고 나잇대도 다르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없었고요.”
채서진은 연아를 연기하면서 즐거웠다고 했지만, 사실 연아는 홍지영 감독도 인정했을 만큼 꽤 어려운 캐릭터였다. 설정 자체도 그렇지만, 극중 직업 또한 그랬다. 홍지영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연아의 직업을 수의사에서 여성 최초 돌고래 조련사로 바꿨다. 대역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더했다. 이에 채서진은 늦겨울부터 봄이 올 때까지 특훈에 임했다.
“거제 씨월드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면서 수신호를 배웠어요. 돌고래들 밥 줄 때 옆에 끼여서 같이 밥도 주면서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죠. 물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어요. 오히려 즐거웠죠. 제가 워낙 물도 좋아하고 돌고래도 좋아하거든요. 너무 귀여웠어요. 되게 맨들맨들해서 마시멜로 같았죠(웃음). 그리고 이런 기회 아니면 제가 언제 돌고래랑 친해져 보겠어요.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오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변요한과의 연기도 편하고 즐거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라는 공통점과 낯을 가린다는 비슷한 성격 덕(?)을 봤다.
“학교에서 마주친 적은 없었어요. 멀리서 한두 번 봤나? 제가 입학했을 때 (변요한은) 이미 휴학하고 배우 활동을 하고 계셨죠. 이미 정말 많은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전설이 돼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더 궁금했는데 알면 알수록 멋있더라고요. 츤데레 같은 구석이 있으시죠. 제가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긴장도 많이 풀어주셨고요. 물론 둘 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편했어요. 낯가림 심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뭔가가 있었죠(웃음).”
변요한과의 로맨스 이야기는 채서진의 첫사랑과 연애 이야기로 이어졌다. 차분하고 조용조용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적극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아이를 좋아했어요. 이유도 없었어요. 그냥 좋았죠. 같은 반이 안돼서 서운했다가 같은 반이 돼서 또 기분이 좋았던 기억도 있고요. 사랑에 있어서는 연아와 닮은 부분이 많아요. 우선 감정 표현은 숨기지 말자는 주의죠. 연인 사이에 밀당하고 속마음 숨기고 하는 건 가장 쓸모없는 행동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좋으면 좋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그때그때 말하죠. 답답한 걸 못참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채서진과 대화를 나누면서 빠질 수 없는 주제, 배우 김옥빈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앞서 언급했듯 채서진은 김옥빈의 친동생이다. 데뷔 전부터 언니를 빼닮은 예쁜 외모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들 외모는 닮았는데 인상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언니는 카리스마 있고 보이쉬하다면, 전 조금 여성스러운 느낌이라고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차분하진 않아요. 하하. 말하는 게 느려서 그렇게 보이나 봐요. 사실 엄청 덤벙거리거든요(웃음). 또 알고 보면 엄청 활동적이에요. 클라이밍, 수상스키도 좋아하고 록페스티벌도 빠지지 않고 가죠. 프리마켓 장터도 체크해서 다니고요. 언니랑 그런 부분은 잘 맞아요. 둘 다 운동신경이 너무 좋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서울로 올라와서 언니들(채서진에게는 김옥빈 외에도 한 명의 언니가 더 있다)과 함께 살았다는 채서진은 그래서 우애가 더 돈독하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이 마무리된 후 가장 하고 싶은 일도 사랑하는 언니들과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거다.
“큰 언니(김옥빈)도 영화 촬영까지 끝나면 가족들과 다 같이 여행을 가려고요. 여름 국가로 갈 계획이에요. 가서 다 같이 수상스포츠도 즐기고요. 생각만으로도 너무 기대돼요. 또 시간이 되면 제주도도 가볼까 해요. 요즘 제주도에도 푹 빠졌거든요. 저번에 혼자 자전거 타고 제주도 여행 다녀왔는데 지금도 틈을 노리고 있죠(웃음). 제가 또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 여행으로 재충전해서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