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하루 앞두고 여전히 팽팽한 대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의를 하루 앞두고 산유국들의 팽팽한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월가의 베팅 역시 일정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옵션 시장에서 유가 상승과 하락 베팅이 동반 급증, 트레이더들의 혼란을 고스란히 반영했고 외환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사진=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5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베팅과 40달러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에 대한 베팅이 모두 두 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도하에서 감산 안에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 OPEC 회원국들이 11월30일 정례회의를 앞두고 온탕과 냉탕을 오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옵션시장의 전반적인 베팅이 양극단으로 갈아진 것은 물론이고 개별 트레이더들이 상승과 하락 포지션을 동시에 구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과 이라크가 OPEC의 감산 규모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러시아는 30일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일부 외신이 보도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와 리비아 등 그 밖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난항이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OPEC의 회의 결과를 누구도 점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산 합의 도출 여부에 따라 배럴당 40~50달러의 박스권에 갇힌 WTI 가 위로든 아래로든 이를 벗어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가의 방향이 아니라 변동성 상승에 베팅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짐 콜번 커머디티 리서치 그룹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OPEC 회의 결과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사방으로 흩어진 상황”이라며 “단순히 변동성 상승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네이트 투프트 매뉴라이프 자산배분 이사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근접할 때 매입한 뒤 50달러 근처에서 매도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OPEC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OPEC이 원유 시장에서 과거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트레이더 역시 고민에 빠졌다. OPEC이 감산 안에 막판 타결을 이뤄낼 경우 캐나다 달러화와 러시아 루블화 등 이른바 상품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확실시되지만 적극적인 베팅이 쉽지 않은 상황.
8년만의 감산 게획이 무산될 경우 관련 통화가 커다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탈리아 브로커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미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OPEC 회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관련 통화에 충분히 반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니크레디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OPEC이 감산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55달러까지 오르면서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를 8%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캐나다 달러화 역시 5.5% 가량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날 상품 통화는 일제히 하락했다. 루블화가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0.7% 내렸고, 캐나다 달러화도 0.1%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