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검토 후 착수 첫 언급..엘리엇 제안 수용 가능성
순환출자 해소ㆍ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과제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언급하고 6개월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삼성전자는 회사 성장 및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업구조 재편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해 향후 약 6개월간 검토한다고 29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지주사 전환에는 검토할 사항이 많아 최소 6개월간의 기간을 설정한 것"이라며 "6개월 뒤에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력 시나리오는 앞서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시한 인적분할 방안이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 각 4.91%를 보유해 지배한다. 지주회사는 자사주와 사업회사 지분 각 12.87%를 갖는다. 지주회사 밑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중공업, 신라호텔 등을 둔다.
엘리엇은 지주회사가 삼성물산과 합병해 확장된 규모의 통합 삼성지주회사를 형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통합 삼성지주회사는 사업회사에 대해 17%의 지분을 보유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사 전환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는 검토를 하지만 현 시점에서 지주사와 물산 합병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문을 받이본 결과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야 한다"며 "지주사 전환시 관계사 보유 주식을 새로 사거나 처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물산과 합병하려면 7개 순환출자부터 해소해야
통합 삼성지주회사가 출범하려면 과거에 형성된 순환 출자 및 상호 출자 구조를 해소시키는 절차가 필요하다. 순환출자란 'A→B→C→A' 식의 연결 고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당시 순환출자 등 법위반이 있으면 이를 2년 내에 해소해야 한다.
삼성은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 중이다. 핵심 키는 삼성물산이 쥐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 및 이재용 부회장 3남매가 보유한 지분이 31%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전기(2.6%), 삼성SDI(2.1%), 삼성화재(1.4)% 등이 삼성물산을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1%를 총수일가에서 사들이는 방법 등으로 처분하면 순환출자는 해소되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은 유지된다.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지주회사 <레터 첨부자료 캡쳐> |
아울러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 등 공정거래법 개정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필수적이다.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이 금융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 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지 않았다.
엘리엇이 제안한 방안을 보면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 역할이다. 지주사 밑에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삼성생명이 동시에 편제돼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7.4%를 소유한다.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도 지주사가 아닌 삼성생명이 소유한다.
삼성물산과 통합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자회사 지분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과제다. 현재 삼성전자가 자사주 12.78%를 보유 중인데 회사를 분할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이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바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소유요건은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시가총액, 그룹의 규모가 클수록 규제 충족에 부담이 많은 작업"이라며 "삼성은 계열사들 간에 현금 유입·유츌이 발생하는 이슈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절차를 실시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관련업계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가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 소유요건도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편, 삼성은 2013년부터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고 화학, 방산 등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매각해 제조업 분야를 슬림화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