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으로 경영난, 6억불 유치 일단 한숨
[뉴스핌=이지연 기자] 무리한 사세 확장에 따른 부채 위기로 부도설까지 나돌았던 인터넷 기업 러스왕(樂視網)이 창업주 자웨팅의 창장상학원 동창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한 숨을 돌렸다.
러스왕(300104.SZ)은 오는 21일 개통이 유력시되는 선강퉁(선전-홍콩 주식 교차거래) 대표 수혜주로도 꼽혔던 기업이지만, 월초 자금난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 폭락을 거듭했다.
15일 중국 경제매체 텐센트재경 보도에 따르면, 러스홀딩스 산하 러스자동차(樂視汽車)는 최근 6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중 3억달러는 오는 12월 중순께 러스왕에 ‘긴급 수혈’될 예정이다.
가뭄의 단비 같은 자금을 건넨 백기사는 다름 아닌 자웨팅(賈躍亭) 러스왕 창업주의 창장상학원(CKGSB) MBA 동창들로 알려졌다.
하이란(海瀾)그룹, 헝싱(恒興)그룹, 이화(宜華)그룹, 민화(敏華)홀딩스, 위웨(魚躍)그룹, 뤼예(綠葉)그룹 등 같은 창장상학원 출신 회장들은 “우리는 자웨팅을 믿는다”며 위기에 빠진 동창의 재기를 후방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장상학원은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과 텐센트 공동 창립자 천이단(陳一丹) 등 각계 유력 인사를 배출한 중국 인맥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유명하다.
현재 러스왕은 아시아 지역 사세 확장을 잠정 중단, 신중한 재무 관리 및 안정적인 캐시 플로우(자금 흐름)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15일 러스왕은 화웨이 단말기 사업부 중국지역 총경리(사장)를 역임한 잔뼈 굵은 가오쥔(高峻)을 러스홀딩스 아태지역 총재, 러에코(LeEco) 홍콩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17년간 화웨이에 몸담았던 가오쥔은 화웨이를 중국 최대 스마트폰 기업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이다.
최근 1년 러스왕 주가 추이. <캡쳐=텐센트증권> |
한편 선전거래소 창업판(차스닥)에 상장된 러스왕의 주가는 이번 달 들어 폭락을 거듭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6일 자웨팅 러스왕 회장이 공개서한을 통해 러스왕 자금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주가 폭락의 원인이 밝혀졌다. 러스왕이 공급업체에 납부해야 할 미납금은 100억위안대를 훌쩍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정보회사 Wind에 따르면 러스왕 상장 이후 자웨팅 회장과 2대주주 자웨팡(賈躍芳)은 38차례에 걸쳐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담보대출 규모는 12억1800만주로, 504억위안(약 8조6000억원) 가량에 달하는 액수다.
2015년 이래 러스왕이 사세 확장을 위해 투자한 금액만 700억위안(약 11조8839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러스왕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러스왕 사업 현황 |
3분기 기준 러스왕의 자산대비부채비율은 65.72%, 유동비율은 138%로 유동성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 통상적으로 적정 자산대비부채비율은 60% 이하이며 유동비율 적정선은 200% 이상이다.
텐센트재경은 “3분기 기준 러스왕의 단기차입금은 29억8600만위안(약 5080억원), 매입채무는 43억8300만위안(약 7500억원)에 달한다”며 “이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부채 규모는 최소 수억위안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