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불륜 미화 논란을 벗지 못한 채 종영한 '공항가는 길' <사진=KBS> |
[뉴스핌=이지은 기자] 불륜 미화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KBS 2TV ‘공항 가는 길’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를 통해 공감과 위로, 궁극의 사랑을 보여주는 감성 멜로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불륜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어른들의 두 번째 사춘기?…갈등으로 인해 흔들리는 사랑
‘공항 가는 길’은 방송 초반부터 거센 논란이 일었다. 바로 ‘불륜 조장’ ‘불륜 미화’의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진은 이번 작품이 어른들의 두 번째 사춘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극중 주인공 김하늘(최수아 역)과 이상윤(서도우 역)의 관계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여러모로 불륜 논란을 잠재우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어른들의 사춘기가 아닌, 불륜으로 장식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가정을 가진 남녀가 우연으로 만나 인연을 쌓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낀다는 설정 자체가 불륜이다. 특히 드라마 속 최수아와 서도우는 떨어져 있는 동안 같이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서로를 그리고, 보고 싶어 한다.
'공항가는 길'에서 첫 만남 이후 계속 서로를 찾는 김하늘(왼쪽)과 이상윤 <사진=KBS 2TV '공항가는 길' 캡처> |
여기까지 놓고 보면, ‘어른들의 두 번째 사춘기’라는 대목의 의미가 모호해진다.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란 이뤄지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아파하는 열병 같은 의미라면 어느 정도 얘기는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공항 가는 길’은 서로의 가정이 있음에도 사랑을 키워나간다. 결국은 단순한 사춘기가 아닌, 다른 인물에 흔들리는 사랑이자 불륜인 셈이다.
◆우연과 인연으로 포장한 ‘불륜’
극 중 최수아와 서도우는 우연이 인연이 되고, 그것이 사랑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아내 몰래 다른 여자들과 숱한 스캔들을 만들고 다니는 박진석(신성록)과 딸의 사인을 숨기고 거짓말로 무장한 김혜원(장희진)으로 인해 고통 받던 최수아와 서도우는 서로를 도피처이자, 곧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피난처로 인식한다.
'공항가는길' 김하늘과 이상윤이 불륜임에도 서로를 택했다. <사진=KBS 2TV '공항가는 길' 캡처> |
결론적으로 보자면, 가정불화가 불륜으로 연결된 셈이다. 극 중에서도 주인공은 서로의 관계가 불륜이라는 것을, 불편한 관계라는 것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애매모호한 관계’로 포장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불륜 논란 속에서도 ‘공항 가는 길’이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이 서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변명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하늘과 이상윤 역시 서로에게 끌리지만 각자의 가정에 최선을 다한다. 또 혼란스러움과 서로를 그리는 마음을 섬세하게,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이는 일부 시청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이 서로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임을 수긍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가정의 불화가 불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던 우연적인(?) 상황, 지나칠 정도로 인연이 계속되던 연출은 ‘공항 가는 길’이 결국엔 불륜을 흥행요소로 택한 증거이기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