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통신비 싸고 전화·문자 등 핵심 기능만 가능
수험생 등 탈스마트폰 사용자 여전..범죄자도 선호
[뉴스핌=김겨레 기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상은(26·여성·서울 영등포구)씨는 최근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피처폰(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무선 전화)'으로 바꿨다. 인터넷 서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들과의 메신저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다.
박 씨는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집에서 와이파이로만 사용하고 공부할 때는 놓고 다닌다"며 "아예 휴대폰을 없애버리면 불편하기 때문에 피처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업계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중 피처폰 사용자는 880만명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사용자가 매년 줄고 있지만, 감소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12월 2671만명이였던 피처폰 가입자는 이듬해 1769만명으로, 1000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감소폭이 줄어 2013년 1334만명, 2014년 1227만명, 2015년 999만명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피처폰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노인이나 유아를 위한 제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틈새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단말기 가격이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로 스마트폰보다 저렴하고 인터넷을 활용한 기능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피처폰의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부에 집중해야하는 수험생뿐 아니라 통신비를 아끼려는 소비자들도 피처폰을 찾는다. 통상 5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LTE요금제에 비해 피처폰 사용자는 1~2만원 수준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어서다.
LG 와인 3G폰 <사진=LG전자> |
피처폰이 메인 휴대폰을 보조하는 '세컨드 폰'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주로 사용하는 휴대폰은 스마트폰을, 업무용 전화는 피처폰을 쓰는 경우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세컨드 폰으로만 나누고, 주말에는 받지 않는 등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여러개의 ID를 사용하는 것 처럼 여러대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세컨폰'으로 유지비용이 싼 피처폰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들은 아이가 일찍 중독성 강한 스마트폰에 빠져들 것을 염려해 피처폰을 사간다"고 귀뜸했다.
최근 국정 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씨는 폴더폰을 대포폰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범죄자들은 증거를 은닉하거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막기 위해 피처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대를 쓰다가 버려도 비용 부담이 적은데다, 해킹 위험도 덜하기 때문이다. 또 블루투스와 아이파이를 포함한 디지털 사용 정보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대포폰 사용은 불법이다.
이처럼 피처폰 시장이 틈새 시장으로 남아있어 제조사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일 '와인 3G'폰을,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갤럭시 폴더 3G'를 내놨다. 피처폰은 인도,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주로 수출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피처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이익이 더 남기 때문에 전환을 부추긴다"며 "하지만 고집스러운 사용자들이 버티고 있어 1~2종의 피처폰은 계속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