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tvN이 개국 10주년을 맞아 성대한 시상식을 준비했다. 이름하여 tvN10 어워즈. 앞서 진행된 tvN10 어워즈 시상식 기자간담회에서 김석현CP는 “굳이 지상파와 비교하자면 보다 흥겹고 즐거운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실현됐다. 궁금증 속에서 시작된 tvN10 어워즈는 성공적이다. 9일 tvN을 통해 생중계 된 'tvN10 어워즈'의 시청률은 평균 4.5%, 최고 6.1%(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닐슨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상파와 다른 분위기의 시상식이 펼쳐졌다는 평을 받으며 시상식 이후에도 화제를 몰고 있다. tvN 시상식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일한 10가지를 꼽아본다.
MC 강호동과 신동엽 <사진=tvN 10어워즈 캡처> |
① 남남(男男)MC
보통 연말 시상식의 MC는 주로 남녀가 짝을 이룬다. 최근에는 남자 MC 2명에 여자 MC 1명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 tvN10 어워즈는 이와 달리 남남MC를 메인으로 뒀다. 재치꾼 신동엽과 에너지가 넘치는 강호동이 tvN10 어워즈 시상식 진행을 맡아 흥과 재미를 이끌었다.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흔한 대화 코드인 러브라인이나 외모 밀어주기 등의 형식이 아니어도 두 사람의 진행력 자체가 빛났다. 웃음 사냥꾼의 합이 시상식에서 제대로 통했다.
② 10년 만에 열린 시상식
시상식은 한 해를 마감하는 행사로 여겨져 왔다. 지상파의 경우 예능과 드라마, 가요 시상식을 준비하고 이 외에도 각종 영화제와 드라마 어워즈가 해마다 개최된다. 이 시상식들은 그 해 가장 이슈가 된 작품과 주인공을 꼽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 최초로 열린 tvN10 어워즈는 개국 10년 만에 시상식을 할 기회를 가졌다. 이에 대해 김석현 CP는 “냉정하게 보면 1년 단위로 어워즈를 할 만한 역량이 안됐다. 타율이 좋았을 뿐 양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가 진정 원할 때 하자는 계획이었고 3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10년이 됐을 때 비로소 할 때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③ 수상자는 단, 1명
최근 열린 시상식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 공동수상이다. 심지어 연기 대상 수상자가 2명인 경우도 있었다. 상을 받는 수상자도, 보는 사람도 서로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tvN10 어워즈는 ‘나눠 먹기’ 식의 수상은 없었다. 개인 수상부문 16개 모두 수상자는 각각 1명씩이었다. 수상 후보도 쟁쟁했기에 보는 이들에게까지 긴장감이 전해졌다.
김혜수와 영화 '타짜' 패러디를 한 정성호(위 왼쪽), 강호동의 중국어 실력을 본 '양꼬치 앤 칭타오' 정상훈의 반응(위 왼쪽), 구혜선의 등장에 깜짝 놀란 안재현(아래 오른쪽) <사진=tvN 10 어워즈 캡처> |
④리액션 장인 ‘웃음 톡톡’
tvN10 어워즈의 분위기는 남달랐다. 시상식이라기보다 누구나 즐기는 축제의 분위기였다. 실제 배우 조진웅은 “확실히 분위기가 캐주얼하다”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는 시상식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리액션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tvN10 어워즈에 배우 구혜선이 본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이어 시상식에 참석한 안재현의 모습이 비쳤고 아내에게 눈을 못 떼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무대에 올라선 구혜선은 “남편 몰래 왔다.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 부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인증되는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날 MC 강호동이 ‘신서유기’ 중국 팬들을 위해 중국어로 인사를 할 때 ‘양꼬치 앤 칭타오’ 정상훈의 반응이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강호동은 유창하게 중국어로 시동을 걸었다. 이때 정상훈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저건 별 것이 아니다’라는 듯한 리액션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축하무대에 오른 김성균(왼쪽), 음이탈에 격하게 반응한 성동일과 라미란, 이국주 <사진=tvN 10 어워즈 캡처> |
또 정성호는 이날 시상식에서 김혜수 옆에 앉아 영화 ‘타짜’의 아귀 흉내를 내며 시상자를 소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마담, 다음 시상자는 누구인지 아는가”라며 천연덕스럽게 연기했고 이를 배우 김혜수가 “잘 몰라요”라며 자연스럽게 받아 재미를 더했다. 또 여기에 ‘타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유해진의 모습까지 리액션 화면에 담겨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4’의 OST를 부르기 위해 올라선 김성균이 음이탈을 하자 배우들의 차진 리액션이 이어졌다. 성동일은 박장대소를 했고 라미란은 손으로 ‘커트’ 표시를 강하게 했다. 여기에 이국주는 양손을 꼭 잡으며 위로 올리라는 표시를 해 더 큰 웃음을 안겼다.
싸이 무대를 본 김혜수, 이제훈(왼쪽), 싸이 무대를 보고 춤추는 서현진 <사진=tvN 10 어워즈 캡처> |
⑤ 콘서트 방불케 하는 무대
축하 무대도 화려했다. 1부는 싸이, 2부는 이문세가 맡았다. 두 가수 모두 2곡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싸이의 흥겨운 무대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문세의 노래가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참석한 연기자들과 관객들까지 모두 축하 무대를 진심으로 즐겼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흥겨움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⑥ 배우가 예능상을 받는 이례적인 행사
이번 tvN10 어워즈에서는 배우가 예능 대상을 받은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나영석 PD와 tvN에서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삼시세끼’까지 예능에 뛰어들게 된 이서진은 이번 시상식에서 예능 대상을 차지했다.
또 예능콘텐츠 대상은 ‘삼시세끼 어촌편’에게 돌아갔고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시청자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는 감히 지상파 방송에서는 상상도 못할 그림이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드라마와 예능을 구분하지 않고 재미있는 콘텐츠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는 tvN이었기에 이룬 결과다. 마찬가지로 KBS에서 예능PD였던 신원호 PD는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로 예능형 드라마를 만들어 성공했고 ‘응답하라 1988’은 이번 tvN10 어워즈에서 드라마 예능 콘텐츠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대상 시상자로 참석한 시청자 대표 윤상아 <사진=tvN 어워즈 캡처> |
⑦시청자가 대상 시상자로 등장
시상식의 꽃, 대상 시상자는 주로 방송사의 수장, 혹은 주최측의 대표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tvN10 어워즈는 달랐다. 대상 시상자는 다름 아닌 시청자 대표가 나섰다. 권위를 앞세우는 시상식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였다.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가 진정한 대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tvN이 시사했다.
⑧ Made in tvN
이번 시상식에는 특이하게도 tvN이 키우고 만든 스타를 선정하는 시상이 있었다. 이름은 Made in tvN이다. tvN을 통해 인생작을 만난 스타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요즘 대세인 권혁수와 이세영까지 후보로 올랐고, 이 스타들과 쟁쟁한 경쟁 결과는 김슬기, 손호준, 서현진과 서인국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방송사와 별개로 좋은 콘텐츠 안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스타가 사랑받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자리였다.
tvN 예능 대상 수상자 이서진(위)과 예능 콘텐츠 대상을 수상한 '삼시세끼 어촌편' 팀 <사진=tvN 10 어워즈 캡처> |
⑨ 뼈 있는 한마디: 황정민 '밥상' 소감 이후 역대급 수상 소감들
시상식의 재미는 수상자들의 소감이다. 이날 tvN10 어워즈에는 황정민의 밥상 소감을 뛰어넘는 말들이 넘쳤다. 이날 베스트 MC상을 받은 신동엽은 “tvN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tvN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굉장히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고 tvN이 성장하는데 일조한 느낌도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서진은 솔직하고도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예능 대상을 받은 그는 “‘삼시세끼’는 망할 거라 확신했는데 차승원이 살렸다” “이런 날 한턱 쏘고 싶은데 방송국 직원이라 김영란 법에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조촐하게 광규 형과 소주 한 잔 하겠습니다”라고 재치를 뽐냈다.
남자 배우상을 받은 이성민은 스태프에 대한 진심어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미생’ 찍을 때 김원석 감독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스태프를 위한 상을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오늘 스태프들은 여기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늘 이 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다. 다음에 10년 뒤에 tvN이 상을 만든다면 꼭 그런 상을 만들면 좋겠다”고 뜻깊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⑩ 10년 후 or 내년에 다시? 기약 없는 시상식
10년 만에 진행된 tvN10 어워즈가 내년에도 펼쳐질 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일단은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시상식이다.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석현 CP는 “내년에는 이번에 방송을 해보고 진정 누구에게나 칭찬받을 만한 시상식이 되겠냐는 반성을 통해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하며 시상식의 한 획을 그은 tvN10 어워즈가 계속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