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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삼부자의 가을 전어 추격전, 한 철 벌어 1년살이…아버지와 두 아들이 한 배에 탄 사연은?

기사입력 : 2016년10월08일 00:00

최종수정 : 2016년10월08일 00:00

[뉴스핌=양진영 기자] '다큐공감'에서 가을 바다에서 벌어진 삼부자의 전어 추격전을 공개한다.

8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공감'에서는 맛이 절정에 오른 가을전어를 잡는 30여척 전어배들의 추격전 현장을 찾아간다.

서해에 가을이 도착해 바다 빛 짙어지면 추격전이 시작되고 그들의 팽팽한 속도전이 닻을 올린다. 가을의 상징’ 전어의 전국 소비량 중 절반 이상이 서해에서 생산되는 요즘 몸값 급등한 전어 잡이를 위해 어부들은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80일 이상을 배 위에서 지내며 합숙에 돌입한다. 70대 노인에서 24살 막내까지 나이도 성격도 사연도 다양한 어부들과 하루하루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는 청해호에 동승해본다.

조하람 (24세, 선원) 씨는 “저는 처음에 이렇게 배 타고 전쟁인 줄 알았어요. 어디에서 투망했다 하면 안 보이던 배까지 다 모여가지고 다 투망하니까”라고 했고 조천필 (29세, 선원) 씨도 “전어와의 전쟁이에요"라고 말했다.

가을전어는 봄에 비해 지방이 세 배 이상 늘어나고 탄력도 좋아진다. 그래서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 그 맛 덕분에 몸값 드높은 전어는 돈 전(錢)자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전어에 화살 전(箭)자를 썼다. 그만큼 전어는 몸이 빠르다. 뿐만 아니라 성질도 매우 급해서 그물에 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 그래서 전어는 잡을 때도, 뭍으로 이송할 때도 마음을 졸이며 속도전을 치러야하는 예민한 어종이다.

오래전부터 전어를 잡아온 방법엔 두 가지가 있는데. 그물을 쳐 걸려든 전어를 건지는 방법. 또 하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전어떼를 앞질러 둥그렇게 그물을 쳐 포획하는 방법이다. 첫번째 방법으론 죽은 전어가 많이 걸려 상품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요즘 서해안 어부들은 그물로 전어떼를 포획하는 ‘연안선망’ 방식으로 조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어떼를 쫓아 경비정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한다.

그렇게 피 말리는 추격전을 치르고 나면 적게는 1톤에서 많게는 10톤의 전어를 잡을 수 있는데, 항상 그런 건 또 아니다. 아무리 노련한 어부여도 열에 한두 번은 ‘헛방’을 만난다. 전어떼가 배보다 빨리 달아나 빈 그물만 건지는 경우, 전어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멸치떼나 다른 어종인 경우. 하루종일 바다를 누비며 기름 값만 백 만원을 쓰는 전어배에게 ‘헛방’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김진철 (55세, 선원) 씨는 “전에는 대우 조선에 있었습니다. 불경기다 보니까 대기업도 인원 감축을 해서 돈벌이가 배를 타는 게 낫다고 해서 배를 택했습니다. 여기는 자기가 일한 만큼 버니까. 노력한 만큼"이라고 전어잡이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하루 종일 바다를 뒤진다 해서 전어떼가 발견되는 건 아니다. 전어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 간조와 만조, 물때가 맞을 때뿐이다. 그래서 전어철이면 서해 어부들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80일 가까이 배에서 합숙한다.

이때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다모기와 물 부족이다. 바다모기에 한번 물리면 육지에서 벌에 쏘인 것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여간 조심해야하는 게 아닌데. 그래도 그건 모기장만 꼭꼭 여며서 치면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물이다. 마실 물도 부족한 마당에 씻을 물은 언감생심. 그래서 선원들은 80일 동안 세숫대야 대신 국그릇에 세수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그래도 선원들은 전어만 잘 잡히면 모든 걸 참을 수 있단다. 가을 한철 바짝 매달리면 일 년 살림이 거의 해결되기 때문이다.

김태자 (조기범 선장 아내) 씨는 “아빠 직업을 이어 받는 게 좋은 게 아니에요. 바람이 불면 걱정되지"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청해호 선장 조기범 씨는 아버지 뒤를 이은 2대째 어부다. 하지만 바닷일을 두 아들 중 누구에게도 물려줄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이토록 험한 일을 내 자식들만은 피해가길 바랐다.

그런데 5년 전, 취업해서 한시름 놓았던 맏아들이 배를 타겠다며 돌아왔다. 조기범 선장 부부는 펄쩍 뛰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맏아들은 막무가내 배에 올랐고 5년이 흘렀다. 물론 아직도 완전히 허락한 건 아니다. 조기범 선장은 맏아들이 뱃일을 포기하게 만들 기회를 아직도 찾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난달엔 막내아들까지 배를 타겠단다. 자신을 꼭 닮아 고집이 태산보다 굳건한 두 아들. 맏아들을 이미 겪었기에 이번엔 유화작전을 썼다. 올해만 ‘아르바이트’하기를 제안했다.

그래서 지금 삼부자는 청해호에 같이 올라 고군분투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아는 부모자식 사이라 생각했지만, 뱃일을 함께하며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새삼 발견하고 있다는 조선장 삼부자를 만나본다.

조하람 (막내아들) 씨는 “아빠가 바다 나가면 그냥 고기를 잡아 왔구나 했는데 그 고기를 잡는 과정을 몰랐죠. 제가 몸으로 느껴 보니까 생선을 먹을 때도 아빠 생각을 하면서 먹죠"라고, 조천필 (맏아들) 씨도 "힘든 것은 나누면 적어지고 그렇잖아요 아버지가 힘든 것을 덜어 드리려고요”라고 아빠의 노고에 대해 말했다.

삼부자가 나선 가을 전어 추격전은 8일 저녁 7시10분 KBS 1TV '다큐 공감'에서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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